전체 글99 동네 아저씨들의 사랑방이 된 정육점 경기도 광주시의 한 오래된 주택가 골목. 편의점도 드문 이곳에,늘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작은 정육점이 있다.간판은 “삼일축산”. 운영자는 올해 66세인 유재복 사장님. 이곳은 27년째 같은 자리에 있다.이 정육점은 단지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다.이웃이 앉아 쉬고,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도 나눠 마시는일종의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오늘은 정육점이 사람을 모으는 공간으로 바뀌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본다.1. 정육점엔 의자가 없다. 그런데 이곳엔 있다삼일축산 입구엔 3인용 벤치가 있다. 한쪽 벽엔 오래된 플라스틱 의자 2개도 놓여 있다.“원래는 손님들 기다리시라고 놨는데 어느새 앉아 쉬고 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앉을자리를 만들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정육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2... 2025. 5. 22. 간판도 없이 운영하는 수제버거집 이야기 부산 진구 전포동. 카페거리로 유명한 이 동네 골목 사이에간판도, 메뉴판도 없는 가게가 있다.낡은 철제문 옆 유리창엔 손글씨로 ‘열림 11:30 / 닫힘 빵 떨어질 때까지’라고 적힌 메모만 붙어 있다.하지만 이곳엔 매일 점심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 오늘 소개할 가게는 ‘버거바 없음’. 간판 없는 수제버거집, 그 이유 있는 존재 방식이다.1. 간판이 없다는 건 '찾아오게 만드는 힘'대표 정재현 사장님(38)은 처음부터 간판을 다는 것을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보고 들어오는 가게보다, 알고 찾아오는 가게가 오래갑니다.”이 철학은‘간판 대신 스토리로 기억되기’라는 전략으로 이어졌다.2. 초반 6개월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었다가게는 의도적으로 불친절해 보이게 설계되었다. 메뉴판 없음, 셀프 주문, 대기 줄.. 2025. 5. 19. 시골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카페, 왜? 전북 진안군 부귀면. 버스는 하루 네 번, 마을회관 옆에 “당신의 빈 잔”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다.인근엔 커피전문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다. 이 마을에 들어선 카페는 그간 일곱 개가 넘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단 한 곳, 바로 이곳뿐이다.오늘은 시골 한가운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카페가무엇을 달리했고, 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는지이야기해 본다.1. 공간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시작카페 대표 김세연 씨(41)는 본래 이 마을 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기획자로 일하다 번아웃을 겪고 부귀면으로 귀촌했다.“커피는 도시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에겐뜨거운 보리차와 같다는 걸 알게 됐죠.”그녀는 처음부터 도시형 메뉴나 감성 인테리어를 지양하고, 마을 어르신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2.. 2025. 5. 19. 동네 인쇄소의 디지털 전환 도전기 서울 동작구 흑석동 골목 어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작은 인쇄소가 있다. 가게 이름은 ‘대흥인쇄’, 운영자는 올해 62세인 최종철 사장님이다.과거에는 명함, 청첩장, 전단지가 주 수입원이었지만인쇄소 앞 골목엔 더 이상 줄 서는 손님이 없다.사장님은 고민 끝에 디지털 전환을 결심했다.이 글은 전통 인쇄업이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익혔는지에 대한 생존기다.1. 전단지 주문이 끊긴 그날부터5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1~2건 이상전단지 제작 주문이 들어왔다.하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인터넷으로 뽑을게요"라는 말이 늘었고 수입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최 사장님은 ‘기계는 그대로인데 시장만 변했다’는 걸 느꼈다.2. 아들이 남긴 노트북이 기회가 되었다큰아들이 퇴사하며 두고.. 2025. 5. 18. 골목길 안 옷수선집, 30년 장사의 철학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 안쪽. 지나치면 그냥 허름한 가게처럼 보이는 작은 수선집이 있다.가게 이름은 “영미수선방”, 운영자는 올해 예순셋, 김영미 사장님이다.이곳은 단 한 번도 간판을 바꾼 적이 없고, 위치도, 가격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단골이 줄지 않고, 매일 일이 끊이지 않는다.오늘은 김 사장님이 30년 장사 속에 지켜온 옷수선 철학을 따라가 본다.1. 시작은 이불 한 장에서였다김 사장님은 처음에 수선을 배운 게 아니었다.1993년, 재봉틀 한 대로 이불 커버를 만들며 시작했다.동네 사람들의 부탁으로 지퍼도 갈고, 바지도 줄이며 자연스럽게 수선일을 하게 되었다.“배운 기술보다 손으로 쌓인 감각이 중요해요.” 이 말이 그녀의 출발점이었다.2. 옷을 보지 않고 사람을 먼저 본다수선집엔 하루에도.. 2025. 5. 15. 5평 꽃집, 공간을 극복한 브랜딩 전략 서울 마포구 연남동 골목, 좁은 골목길 안에 작지만 향기로운 꽃집이 있다. 간판도 작고, 매장도 단 5평 남짓이다.이곳은 “노란 문 꽃방”, 운영자는 플로리스트 정서윤 대표, 창업 4년 차다.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장사하기를 꺼릴 때, 정 대표는5평이라는 제약을 '콘셉트'로 만들었다.오늘은 그녀가 공간의 한계를 어떻게 브랜딩의 무기로 전환했는지 그 전략을 공유한다.1. 작다는 건 ‘감정이 가까워진다는 뜻’서윤 대표는 5평 공간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좁아서 창고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작으면 감정이 가까워질 수 있겠다.”공간의 제약을 ‘감성적 밀도’로 바꾼 출발이었다.2. 진열 방식이 아닌 ‘전시 방식’으로 꽃을 배치꽃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작은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으.. 2025. 5. 15. 이전 1 ··· 4 5 6 7 8 9 10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