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87

오일장 따라 다니는 트럭 장사 청년, 고정된 가게 없이 만든 브랜드 제주에는 여전히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재래 오일장이 있다. 성산장, 조천장, 서귀포장, 표선장, 한림장까지 요일마다 마을이 바뀌고, 손님도 바뀐다.그 오일장을 따라 트럭 한 대로 장사를 이어가는 청년이 있다. 이름은 박민우, 올해 33세. 그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고정된 가게 없이제주의 오일장을 순회하며 물건을 팔고 있다.오늘은 그가 트럭 한 대로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버텨온 이야기를 소개한다.1. 시작은 한림 오일장에서 팔던 수세미 20개였다민우 씨는 군 전역 후 몇 년간 배달일과 일용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한림 오일장에서 할머니가 수세미를 파는 모습을 봤다.“이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집 근처 마트에서 수세미 20개를 사서 다음 오일장에 트럭을 몰고.. 2025. 5. 13.
제주 한경면 무인 상점, 사람 없는 공간이 오래가는 이유 제주 한경면 청수리. 이곳은 유채꽃밭과 밭담 너머로 소박한 풍경이 펼쳐지는 조용한 마을이다. 그 중심엔 간판도 없는무인 상점하나가 있다.주인이 없는 이 가게는 매일 아침 문이 열리고, 저녁이면 정리된 채 다시 닫힌다.오늘 이야기할 주인공은 직원이 없는 대신, 신뢰와 꾸준함으로 운영되는 제주 로컬 무인 상점이다.1. 무인 상점, 왜 이 마을에서 시작됐을까이 상점은 2020년 봄,이민온 40대 부부가 직접 만든 공간이다.처음에는 지역 특산물 판매를 위해 직접 앉아 운영하려 했지만, “손님이 없어도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 피로로 무인 운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2. 제품은 많지 않다. 대신 지역성이 강하다상점 안에는당근, 감귤청, 조청, 말린 감귤 껍질차등 모두 한경면 농민들이 만든 로컬 상품만 놓여 있.. 2025. 5. 10.
성읍민속마을 찻집, 사장님의 이야기와 공간의 철학 제주 동부,성산읍 성읍민속마을은 조선시대 마을 구조를 고스란히 보존한 곳이다. 돌담길, 초가집, 정지된 시간 같은 이곳에 조용히 자리한 찻집 하나가 있다.간판에는 ‘돌향기 찻집’이라 적혀 있고, 그 아래 나무문을 열면유자차 향기와 고요한 음악이 반긴다.이 찻집을 20년째 운영하는 사람, 김영숙 사장님은 찻잔 하나로 마을과 사람을 이어온 사람이다.1. "혼자 마시는 차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어요."김영숙 사장님은 2003년,민속마을 입구 근처의 빈 초가집을 임대해 찻집을 시작했다.처음엔 단순히 “관광지에 조용히 머물 공간이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차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그날 이후, 찻집은 음료가 아닌 정서의 공간이 되었다.2. 공간을 만들기 전, 정.. 2025. 5. 10.
제주 마을 도예 공방, 흙으로 브랜드가 된 성장기 제주 한경면 저지리. 이 조용한 마을의 돌담 사이로 흙먼지가 살짝 날리는 작은 건물이 있다. 그곳의 간판엔 ‘흙 숨 공방’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이곳은 2016년, 서울에서 도예를 접고 내려온장이윤 작가가 직접 만든 도예 공방이다.오늘은 흙 숨 공방이 한 마을 안에서 어떻게 자라났고,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는지 그 성장의 기록을 따라가 본다.1. 시작은 단 한 개의 작업대에서이윤 작가는 도예를 전공했지만서울 생활에서 공방 창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대료, 시간 부족, 공간의 제약이었다.그래서 그는 제주로 내려왔고, 마을 주민에게 빌린 옛 창고를 개조해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도자기 하나하나를 오롯이 손으로만 만들었다.2. '작은 것을 제대로'라는 운영 철학공방 초기엔 제품.. 2025. 5. 10.
한림읍 동물 카페, 운영자의 하루에 담긴 진심 제주 서쪽,한림읍 협재 바다를 지나조용한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잔디 마당과 나무 펜스가 어우러진 작은 공간이 있다. 그 위에 붙은 간판엔 “동물과 차 한잔”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미니돼지와 토끼, 앵무새까지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함께 머무는동물 교감 카페다.오늘은 그 공간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김은재 대표의 하루를 따라가 보려 한다. 이 글은 단순한 ‘카페 운영기’가 아닌 생명을 돌보며 공간을 지키는사람의 철학이 담긴 하루에 대한 기록이다.1. 하루는 새벽 6시, 동물 돌봄으로 시작된다은재 대표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난다.강아지 네 마리, 고양이 두 마리, 토끼 세 마리, 앵무새 네 마리의 건강 상태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사람보다 먼저 .. 2025. 5. 9.
제주 동문시장 떡볶이집, 사장님의 장사 철학이 담긴 이야기 제주에는 시장이 많지만, 그중에서도제주시 동문시장은 가장 오래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 모이는 이곳엔 매일 사람들로 붐비는 떡볶이집 한 곳이 있다.가게 이름은 없다. 간판 대신 “떡볶이 1,000원”이라는 문구 하나가 붉은 천막 아래 붙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3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한 사장님의 철학이 있다.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그 사장님이 떡볶이를 팔며 전하는 사람, 시장,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다.1. “먹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떡볶이를 팔고 싶었어요.”사장님은 올해 68세다. 동문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건 1993년.제주가 IMF 이후 흔들릴 때도, 관광객이 몰려오던 시절에도그는 가게를 지켰다.처음에는 김밥과 순대도 같이 팔았지만, 지금은 오직 .. 202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