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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안 옷수선집, 30년 장사의 철학

by 소담상회 2025. 5. 15.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 안쪽. 지나치면 그냥 허름한 가게처럼 보이는 작은 수선집이 있다.

가게 이름은 “영미수선방”, 운영자는 올해 예순셋, 김영미 사장님이다.

이곳은 단 한 번도 간판을 바꾼 적이 없고, 위치도, 가격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단골이 줄지 않고, 매일 일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은 김 사장님이 30년 장사 속에 지켜온 옷수선 철학을 따라가 본다.

1. 시작은 이불 한 장에서였다

김 사장님은 처음에 수선을 배운 게 아니었다.

1993년, 재봉틀 한 대로 이불 커버를 만들며 시작

했다.

동네 사람들의 부탁으로 지퍼도 갈고, 바지도 줄이며 자연스럽게 수선일을 하게 되었다.

배운 기술보다 손으로 쌓인 감각이 중요해요.” 이 말이 그녀의 출발점이었다.

2. 옷을 보지 않고 사람을 먼저 본다

수선집엔 하루에도 여러 손님이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김 사장님은 옷보다 손님의 표정을 먼저 본다.

“옷이 아니라

사람이 어디를 불편해하는지를 먼저 파악

해야 해요.” 그래서 그녀는 수선을 맡기러 오는 손님에게 반드시 직접 입어보라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어깨 주름, 허리 끌림, 소매 각도로 알 수 있죠.” 그녀에겐 그게 기술이고, 응대다.

3. 가격은 정찰제지만, 말은 따뜻하게

영미수선방의 가격은

20년 넘게 A4 용지에 적혀 있다.

청바지 밑단 6,000원, 정장 바지 8,000원, 지퍼 교체 12,000원.

돈보다 신뢰가 먼저예요.” 정찰제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객에겐 그녀가 먼저 깎아주기도 한다.

기계는 빠를 수 있어도, 마음은 손으로 전해져야 해요.

4. ‘지나가는 손님’을 ‘돌아오는 단골’로

수선집은 목적 방문이 드물다. 대부분은

길 가다 우연히 발견

하는 경우가 많다.

김 사장님은 그런 손님에게 꼭 말을 건넨다. “이거 수선 맡기시면 제가 문자 드릴게요.” 이 작은 안내가 단골을 만든다.

그녀는 손님의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두고, 완성되면

직접 문자로 알린다.

그 정성이 다시 손님을 데려온다.

5. 기술은 ‘재단’보다 ‘눈’에 있다

“수선은 어디를 잘라내느냐보다 어디를 그대로 두느냐가 중요해요.”

김 사장님은 하루 15벌 넘는 옷을 다룬다. 하지만 항상

자르기 전에 세 번 입혀본다.

그래서 그녀는 가위보다

손과 눈이 더 예민해야 하는 일

이라고 말한다.

6. 겨울엔 바지보다 코트를 먼저 받는다

수선집에도 계절이 있다.

겨울엔 코트, 여름엔 치마와 청바지

가 많다.

그녀는 계절별 의류 소요 시간을 고려해 작업 순서를 정한다.

코트는 부피도 크고 원단도 두꺼워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서 먼저 받아서 천천히 손을 대야죠.”

7. 후줄근한 작업복에도 ‘깨끗한 손’은 기본

김 사장님은 하루 종일 재봉틀 앞에 앉아 있지만,

손톱과 손은 항상 정갈

하다.

옷을 맡긴 사람 입장에선 내 옷을 만지는 사람이 깔끔해 보여야 기분이 좋죠.” 이게 그녀의 단골 응대 철학이다.

8. SNS는 없지만 ‘수선노트’는 있다

영미수선방에는

20년 넘은 수선 노트

가 있다. 고객 이름, 맡긴 옷, 수선 부위, 특이사항, 완료일 등.

예전엔 다 기억했는데, 지금은 적어야 안 잊어요.” 이 노트는

고객 신뢰의 기록

이다.

그녀는 이 노트를 잃어버린 적이 한 번도 없다.

9. 수선은 ‘지금 입는 옷’에 맞춰야 한다

김 사장님은 늘 묻는다. “이 옷, 지금 입으실 거예요? 아니면 계절용이에요?

그 이유는

계절과 체형 변화가 수선 포인트를 바꾼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름옷은 살이 빠지고, 겨울 옷은 안에 껴입으니까 품을 더 둬야죠.”

10. 장사는 오래 하되, 늘 새로 해야 한다

영미수선방은 간판도, 위치도 변하지 않았지만 김 사장님의

수선 방식과 말투는 늘 조금씩 바뀐다.

사람은 바뀌고, 유행도 바뀌니까 장사는 똑같이 해선 안 돼요.” 이게 그녀의 30년 생존 전략이다.

결론

골목 안 수선집은 기술보다 태도, 정리보다 감각으로 버텨왔다. 오래된 공간이지만 항상 새롭게 대하며 고객을 기억한 방식이 장사의 철학이 되었다.

블로그 글 요약

  • 30년간 골목을 지킨 옷수선 장인의 생존기
  • 사람 중심 응대와 기억 기반 단골 전략
  • 가격 정찰제와 계절 맞춤 수선 운영 방식
  • 손과 눈의 감각으로 이어진 기술 철학
  • 매일을 다르게 대하는 장사인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