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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카페, 왜?

by 소담상회 2025. 5. 19.

전북 진안군 부귀면. 버스는 하루 네 번, 마을회관 옆에 “당신의 빈 잔”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다.

인근엔 커피전문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다. 이 마을에 들어선 카페는 그간 일곱 개가 넘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단 한 곳, 바로 이곳뿐이다.

오늘은 시골 한가운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카페가

무엇을 달리했고, 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는지

이야기해 본다.

1. 공간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시작

카페 대표 김세연 씨(41)는 본래 이 마을 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기획자로 일하다 번아웃을 겪고 부귀면으로 귀촌했다.

“커피는 도시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에겐

뜨거운 보리차와 같다

는 걸 알게 됐죠.”

그녀는 처음부터 도시형 메뉴나 감성 인테리어를 지양하고, 마을 어르신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 인테리어보다 '앉은자리가 편한가'가 기준

공간은 15평 남짓, 중고 테이블 3개, 좌식 자리 1곳, 수제 원목 벤치가 전부다.

김 대표는 말한다. “

카페는 앉는 공간이지, 찍는 공간이 아니에요.

한 자리라도 등받이 각도, 햇빛 방향, 난방 위치까지 세심하게 맞췄고, 그 결과 어르신들이 하루 2~3번 들르는 ‘쉼터’가 됐다.

3. 커피는 비싸지 않지만 '대화'는 귀하다

이곳 아메리카노는 2,500원, 핸드드립은 3,500원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화가 커피보다 비싸다”라고 말한다.

“어르신이 들어오셔서 물 한 잔만 마시고 가도

그 시간은 돈보다 값지죠.

이런 철학은 ‘돈보다 관계’라는 브랜딩으로 이어졌다.

4.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를 메뉴에 반영

‘당신의 빈 잔’ 메뉴엔 율무라테, 모과차, 곶감에스프레소 같은

지역 농산물 기반 메뉴

가 있다.

그녀는 농협이나 직거래 장터에서 직접 재료를 사고, 어르신들과 ‘시음 테스트’를 통해 메뉴를 개발한다.

이 과정은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도구

가 된다.

5. 단골을 기억하는 방식은 '메모장'

김 대표는 손님마다 특징을 기록한다. “주름 많은 할머니, 미숫가루에 꿀 빼달라고 함” “마을버스 타고 오는 교사, 무조건 아이스”

이 메모는 주문 전 꺼내보며 대응을 준비하고,

고객이 말을 꺼내기 전 준비된 응대

가 가능해진다.

“이런 디테일이 단골을 만드는 핵심이었어요.”

6. 외지인을 위한 감성은 ‘필터 사진 한 장’

SNS용 콘텐츠는 하루 1컷. 카페 외관, 커피잔, 농기구 배경 등 시골 분위기를 살짝 담은

감성 이미지

가 전부다.

김 대표는 ‘오지지만 따뜻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려 글은 짧고, 이미지엔 감성 필터만 씌운다.

장황한 설명보다 느낌 한 컷이 효과적

이에요.”

7. 마을 행사와 함께 하는 ‘공공 공간화’

카페는 마을 회관이 열리지 않는 날엔

노인회 회의실, 탁구장, 작은 음악회 공간

이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의자 10개와 마이크 세트를 구비했고, 매달 1회

‘이장과 커피 타임’

도 진행한다.

이런 노력은 카페를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

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8. 가장 어려웠던 건 '겨울철 생존'

눈 오는 날엔 손님이 없다. 영업일수가 줄고, 난방비는 올라간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계절별 생존 전략을 세웠다.

- 겨울엔

유자청·율무가루 판매

- 지역 소상공인과 공동 프로모션 - 카카오톡 주문으로 드립백·원두 소량 택배 판매

“오프라인이 쉬면, 온라인이 도와야 해요.”

9. 가격보다 ‘손의 결’로 기억되기

이곳의 커피는 모두

직접 핸드드립

으로 내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김 대표는 말한다.

기계는 정확하지만, 손은 기억을 남깁니다.

고객은 종종 ‘이 집은 향이 오래 남아’라고 말하며 단골이 되었다.

10. 시골 장사의 본질은 ‘자리’를 지키는 일

4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인근엔 이미 세 곳의 카페가 있었고

1년 안에 모두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자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시골에선 운영 시간, 영업 요일을 절대 바꾸면 안 돼요. 손님은 규칙을 믿고 오니까요.”

이런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고객에게 ‘믿을 수 있는 가게’로 인식

되게 했다.

결론

시골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카페는 커피보다 사람을 먼저 기억했고 공간보다 관계를 먼저 만들었다. 자리를 지킨 시간과 응대의 정성이 브랜드가 되었다.

블로그 글 요약

  • 시골 상권에서 살아남은 카페의 운영 전략
  • 단골 응대 메모, 지역 농산물 활용 메뉴
  • 공공공간화로 마을 커뮤니티에 자리 잡기
  • 핸드드립 중심의 감성 응대 시스템
  • 장기 생존을 위한 계절별 대응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