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동네 인쇄소의 디지털 전환 도전기

by 소담상회 2025. 5. 18.

서울 동작구 흑석동 골목 어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작은 인쇄소가 있다. 가게 이름은 ‘대흥인쇄’, 운영자는 올해 62세인 최종철 사장님이다.

과거에는 명함, 청첩장, 전단지가 주 수입원이었지만

인쇄소 앞 골목엔 더 이상 줄 서는 손님이 없다.

사장님은 고민 끝에 디지털 전환을 결심했다.

이 글은 전통 인쇄업이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익혔는지에 대한 생존기다.

1. 전단지 주문이 끊긴 그날부터

5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1~2건 이상

전단지 제작 주문

이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인터넷으로 뽑을게요"라는 말이 늘었고 수입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최 사장님은 ‘기계는 그대로인데 시장만 변했다’는 걸 느꼈다.

2. 아들이 남긴 노트북이 기회가 되었다

큰아들이 퇴사하며 두고 간

중고 노트북

한 대. 처음엔 ‘쓸 일 없다’고 치워뒀지만 고객이 ‘PDF 파일’을 들고 온 그날부터 쓰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한글을 독학으로 익혔다. "디자인은 못 해도 배치 정도는 할 수 있게 됐죠."

3. 고객 요청은 온라인, 작업은 오프라인

이제 고객은 카카오톡으로 파일을 보내고 결제는

계좌이체로 처리

한다.

최 사장님은 거래처 요청을 엑셀로 정리하고, 기존 수기로 하던 주문서를 폐지했다.

"종이에 쓸 시간에 한 장 더 출력하는 게 나아요." 이 말은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4. 명함 한 장에 QR코드를 넣기 시작하다

명함 제작 의뢰가 다시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QR 명함’

서비스였다.

젊은 고객들이 ‘인스타그램, 블로그 주소’ 등 온라인 채널을 담아달라고 요청했고 사장님은 유튜브를 찾아 QR코드 생성법을 배웠다.

"처음엔 왜 명함에 이상한 그림을 넣냐 싶었어요. 근데 이제는 그게 없으면 안 돼요."

5. 단가 대신 정성을 파는 방식으로 바꾸다

대형 온라인 인쇄 업체와 가격 경쟁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사장님은

‘편집 수정 무료’ ‘파일 없는 고객에겐 맞춤 배치’

로 응대 방식을 바꿨다.

작지만 직접 말 걸 수 있는 인쇄소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6. 간판 바꾸기보다 SNS 계정 만들기

2022년, 딸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줬다. 아이디는 @daehungprint.

사진은 명함 샘플, 가게 모습, 인쇄 과정이 전부지만

학생, 작가, 1인 창업자

들이 계정을 보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간판은 동네 사람이 보지만, SNS는 동네 바깥사람도 오게 하더군요."

7. 프랜차이즈 견적서보다 손 편지로 응답

디지털 견적 시스템은 없지만, 최 사장님은 인쇄물과 함께 손 편지 한 줄을 넣는다.

"준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손으로 만든 시작이 오래가길."

이 작은 말이

온라인에 ‘감동 후기’로 남았고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8. 낡은 프린터 대신 디지털 복합기 도입

2023년, 사장님은 과감히

흑백 레이저 디지털 복합기

를 구입했다.

속도는 3배 빨라졌고, 소음은 줄었으며 프린트 품질도 안정되었다.

기계를 바꾸니 마음도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9. 고객과 거래처 구분 없이 ‘관계’를 중심에 둔다

최 사장님은

모든 고객을 이름으로 부른다.

학생도 사장님도 구분하지 않는다.

명함 하나에도, "○○님이 만든 브랜드 이름 예쁘네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방식은 고객이 단순 거래자가 아니라 관계로 남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10. 변한 건 도구지만, 지킨 건 태도였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계는 새로워졌지만, 사장님의 응대 방식은 여전히 정겹다.

"나는 컴퓨터를 배운 게 아니라,

고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지금도 ‘출력’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본다.

결론

동네 인쇄소는 기계를 바꾸기보다 먼저 마음을 바꿨다. 디지털 도구는 새로운 고객을 불렀고 익숙한 응대는 그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블로그 글 요약

  • 30년 전통 인쇄소의 디지털 전환 사례
  • 오프라인 주문 구조에서 온라인 파일 접수로의 변화
  • SNS 활용과 감성 응대 기반 브랜딩 방식
  • 기술보다 응대 태도가 만든 차별성
  •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유지한 인간 중심 운영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