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골목 어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작은 인쇄소가 있다. 가게 이름은 ‘대흥인쇄’, 운영자는 올해 62세인 최종철 사장님이다.
과거에는 명함, 청첩장, 전단지가 주 수입원이었지만
인쇄소 앞 골목엔 더 이상 줄 서는 손님이 없다.
사장님은 고민 끝에 디지털 전환을 결심했다.
이 글은 전통 인쇄업이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익혔는지에 대한 생존기다.
1. 전단지 주문이 끊긴 그날부터
5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1~2건 이상
전단지 제작 주문
이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인터넷으로 뽑을게요"라는 말이 늘었고 수입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최 사장님은 ‘기계는 그대로인데 시장만 변했다’는 걸 느꼈다.
2. 아들이 남긴 노트북이 기회가 되었다
큰아들이 퇴사하며 두고 간
중고 노트북
한 대. 처음엔 ‘쓸 일 없다’고 치워뒀지만 고객이 ‘PDF 파일’을 들고 온 그날부터 쓰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한글을 독학으로 익혔다. "디자인은 못 해도 배치 정도는 할 수 있게 됐죠."
3. 고객 요청은 온라인, 작업은 오프라인
이제 고객은 카카오톡으로 파일을 보내고 결제는
계좌이체로 처리
한다.
최 사장님은 거래처 요청을 엑셀로 정리하고, 기존 수기로 하던 주문서를 폐지했다.
"종이에 쓸 시간에 한 장 더 출력하는 게 나아요." 이 말은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4. 명함 한 장에 QR코드를 넣기 시작하다
명함 제작 의뢰가 다시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QR 명함’
서비스였다.
젊은 고객들이 ‘인스타그램, 블로그 주소’ 등 온라인 채널을 담아달라고 요청했고 사장님은 유튜브를 찾아 QR코드 생성법을 배웠다.
"처음엔 왜 명함에 이상한 그림을 넣냐 싶었어요. 근데 이제는 그게 없으면 안 돼요."
5. 단가 대신 정성을 파는 방식으로 바꾸다
대형 온라인 인쇄 업체와 가격 경쟁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사장님은
‘편집 수정 무료’ ‘파일 없는 고객에겐 맞춤 배치’
로 응대 방식을 바꿨다.
“작지만 직접 말 걸 수 있는 인쇄소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6. 간판 바꾸기보다 SNS 계정 만들기
2022년, 딸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줬다. 아이디는 @daehungprint.
사진은 명함 샘플, 가게 모습, 인쇄 과정이 전부지만
학생, 작가, 1인 창업자
들이 계정을 보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간판은 동네 사람이 보지만, SNS는 동네 바깥사람도 오게 하더군요."
7. 프랜차이즈 견적서보다 손 편지로 응답
디지털 견적 시스템은 없지만, 최 사장님은 인쇄물과 함께 손 편지 한 줄을 넣는다.
"준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손으로 만든 시작이 오래가길."
이 작은 말이
온라인에 ‘감동 후기’로 남았고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8. 낡은 프린터 대신 디지털 복합기 도입
2023년, 사장님은 과감히
흑백 레이저 디지털 복합기
를 구입했다.
속도는 3배 빨라졌고, 소음은 줄었으며 프린트 품질도 안정되었다.
“기계를 바꾸니 마음도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9. 고객과 거래처 구분 없이 ‘관계’를 중심에 둔다
최 사장님은
모든 고객을 이름으로 부른다.
학생도 사장님도 구분하지 않는다.
명함 하나에도, "○○님이 만든 브랜드 이름 예쁘네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방식은 고객이 단순 거래자가 아니라 관계로 남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10. 변한 건 도구지만, 지킨 건 태도였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계는 새로워졌지만, 사장님의 응대 방식은 여전히 정겹다.
"나는 컴퓨터를 배운 게 아니라,
고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지금도 ‘출력’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본다.
결론
동네 인쇄소는 기계를 바꾸기보다 먼저 마음을 바꿨다. 디지털 도구는 새로운 고객을 불렀고 익숙한 응대는 그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블로그 글 요약
- 30년 전통 인쇄소의 디지털 전환 사례
- 오프라인 주문 구조에서 온라인 파일 접수로의 변화
- SNS 활용과 감성 응대 기반 브랜딩 방식
- 기술보다 응대 태도가 만든 차별성
-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유지한 인간 중심 운영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