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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저씨들의 사랑방이 된 정육점

by 소담상회 2025. 5. 22.

경기도 광주시의 한 오래된 주택가 골목. 편의점도 드문 이곳에,

늘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작은 정육점

이 있다.

간판은 “삼일축산”. 운영자는 올해 66세인 유재복 사장님. 이곳은 27년째 같은 자리에 있다.

이 정육점은 단지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다.

이웃이 앉아 쉬고,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도 나눠 마시는

일종의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오늘은 정육점이 사람을 모으는 공간으로 바뀌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1. 정육점엔 의자가 없다. 그런데 이곳엔 있다

삼일축산 입구엔 3인용 벤치가 있다. 한쪽 벽엔 오래된 플라스틱 의자 2개도 놓여 있다.

원래는 손님들 기다리시라고 놨는데 어느새 앉아 쉬고 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앉을자리를 만들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

했고,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정육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2. 고기보다 커피 먼저 타는 가게

이 정육점엔 이상한 풍경이 있다. 사장님이 커피포트를 들고 나와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묻는다.

“고기 사러 오신 분도, 그냥 지나가다 들른 분도

커피 한 잔 하고 나면 얼굴을 기억하게 돼요.

유 사장님의 이 작은 습관이 손님을 단골로, 단골을 친구로 바꾸었다.

3. 정육점은 '무거운 동네 정보지'

이곳에서 오가는 이야기 중 절반은 고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아파트 관리비가 또 올랐네.” “지난주에 누구 딸 결혼했대.” “옆집 카센터는 사장 바뀌었다더라.”

정육점이 동네 정보의 중심

이 되는 순간, 손님은 단골을 넘어서 '이웃'이 된다.

4. 고기의 무게보다 얼굴을 먼저 기억한다

유 사장님은 무게보다 사람을 기억한다. “그 아저씨는 등심 400g을 딱 손바닥만큼 사 가세요.”

기록은 없다.

기억만으로 반복 주문을 준비

한다.

이렇게 기억된 고객은 다른 정육점으로 가지 않는다.

5. 손님의 말투에 맞추는 ‘고기 설명’

정육점엔 고기 종류가 많고, 손님마다 용도가 다르다. 하지만 이곳에선 설명이 복잡하지 않다.

그냥 구워 드시죠? 그럼 앞다리보단 목심이 나아요.” “국거리예요? 그럼 양지 빼고 차돌 조금 섞죠.

손님 말투에 맞춘 설명

은 부담을 줄이고 신뢰를 만든다.

6. 설명보다 ‘시식 한 점’이 강하다

유 사장님은 설명보다 고기를 잘라 직접 구워준다. “이게 앞다리고, 이게 목심입니다.”

작은 불판 위에서 구운 고기는

입에 넣는 순간 말보다 강한 설득력

을 가진다.

그리고 그 한 점이, 정육점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7. 고기 가격이 비싸도 '믿음'이 남는다

대형마트보다 500~1,000원 비싸지만 단골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여긴 속이지 않아.” “지방 덜 붙이고도 무게 정직하게 준다”라는 말이

정육점 브랜드가 되었다.

정직한 계량과 솔직한 설명은 가격보다 큰 신뢰를 만든다.

8. 단골 아저씨들은 ‘명함 대신 입소문’을 남긴다

삼일축산은 명함도, SNS도 없다. 광고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저씨들이 친구에게 말한다.

“고기 어디서 사냐고? 삼일축산 가봐.”

이 입소문이 가장 강한 마케팅이었다.

9. 명절마다 직접 만든 ‘곁들임 선물’

설이나 추석이면 유 사장님은 직접 깻잎무침, 묵은지, 직접 말린 고추를 소포장해 선물한다.

고기만 주면 심심하니까요. 같이 드시라고요.” 이런 ‘곁들임’은

손님의 식탁까지 브랜드가 되는 경험

을 남긴다.

10. 고기 썰던 손으로 ‘등 두드려주는 장사’

유 사장님은 늘 말한다. “고기는 잘 썰어도, 손님 어깨 한번 두드리는 게 더 중요해요.

정육점은 장사지만, 그에겐

하루에 몇 명의 사람과 따뜻하게 이야기했는지가 중요

하다.

11. 장사의 기본은 ‘매일 여는 것’

삼일축산은 월요일 빼고 매일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쉬어도 돼요. 근데 쉬지 않고 여는 가게엔 믿음이 생겨요.

예측 가능한 가게는 손님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12. 아저씨들이 모이는 이유는 고기 때문이 아니다

동네 아저씨들은 말한다. “여긴 고기도 좋지만, 사람도 좋아.” “말 편하게 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게야.”

그들에게 삼일축산은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정거장이고 유 사장님은

말벗이 되어주는 장사꾼

이다.

13. 사장님의 장사 철학, ‘먹을 줄 아는 사람’ 만들기

좋은 고기는 자주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먹는 거예요.

유 사장님은 손님에게

부위별 특징, 숙성 방법, 조리법

도 간단하게 알려준다.

손님은 ‘소비자’가 아니라 ‘식탁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운다.

14. 정육점이 사랑방이 된 이유는 대화였다

“장사꾼은 계산보다 대화가 먼저예요.” 이게 유 사장님의 지론이다.

단골 아저씨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고기를 사지 않아도

차 한 잔, 대화 한 마디

로 앉아 쉬고 간다.

이런 공간은 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열린다.

15. 앞으로는 아들에게 물려줄 공간으로 준비 중

유 사장님의 아들도 최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파는 법보다, 사람을 대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고 있어요.

정육점의 노하우는 재료보다 태도에 있었고, 이제는

사람의 기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물려줄 준비

를 하고 있다.

결론

삼일축산은 고기를 잘 써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기억한 가게였다. 동네 사랑방이 된 이 정육점은 정성스러운 대화와 공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블로그 글 요약

  • 정육점이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 된 배경
  • 단골 응대와 기억 기반 서비스 방식
  • 정직한 무게와 설명 중심의 브랜드 전략
  • 명절 서비스, 곁들임 선물 운영 사례
  • 정서 중심 브랜딩과 가족 경영 이양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