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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장인의 수제 구두 가게 운영 철학 – 손으로 시간을 만드는 사람

by 소담상회 2025. 6. 1.

서울 종로구 한 귀퉁이에 위치한 작은 구두 가게. 이곳은 35년 동안 수제 구두만을 만들어온 박종철 장인의 공간이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든 구두.

그가 직접 깎고, 자르고, 꿰매며 완성하는 수제화는 단순한 신발이 아닌, 철학의 결과물이다.

1. 장인으로 살아온 시간

박 장인은 1988년, 구두 장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기술을 배우는 3년보다, 기다림을 배우는 10년이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수제 구두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 말은 지금도 그가 가장 먼저 말하는 원칙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하루도 같은 구두를 만든 적이 없다. 발 모양, 보행 습관, 직업, 체중까지 고려해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를 만든다.

2. 수제화의 본질은 ‘느린 완성’

수제 구두는 하루에 많아야 2~3켤레밖에 만들 수 없다. 그의 작업 방식은 느리지만, 오차는 없다.

제작 공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박 장인의 방식이다.

“느리게 만든다는 건, 잘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는 구두 하나를 만들기 위해 48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다. 디자인보다 구조, 멋보다 착용감을 우선한다.

3. 고객을 기억하는 기술

박 장인은 단골 고객의 이름, 발의 특징, 말투까지 기억한다. 그는 주문서를 보지 않아도 “작년 봄에 왼발 뒤꿈치가 아프다던 이 팀장님”을 알아본다.

그는 구두를 만들기 전에 고객과 10분 이상 대화한다. 걷는 습관, 업무 특성, 평소 신는 구두 스타일 등을 듣고 설계를 시작한다. “구두는 결국 발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4. 공장에서 만든 구두와 다른 점

공장제 구두는 디자인과 생산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박 장인의 수제화는 착화 후 1년이 지나도 수선을 고려한 설계다. 바닥창을 접착하지 않고 꿰매는 이유도, 분해와 교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저는 새 구두보다, 오래 신는 구두를 더 좋아합니다.” 그는 자신의 구두를 10년째 신는 고객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5. 수제 구두에 담긴 철학

그의 가게엔 가격표가 없다. 모든 구두는 상담 후 견적을 정한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필요한 작업량과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삶이 다르듯, 구두도 그래야 맞습니다.” 그는 수제화는 ‘기성복이 아닌 맞춤 양복’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 브랜드가 아닌, 사람을 남긴다

박 장인은 SNS를 하지 않는다. 광고도 없다. 그는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그 사람이 열 사람을 데려온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단골 중에는 CEO, 교사, 무대 배우 등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구두를 다시 수선하러 올 때마다 “이 집 아니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최고의 광고라고 그는 말한다.

7. 일상 속 운영 방식

오전 9시에 출근하면 그는 전날 작업해 둔 가죽을 꺼낸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작업할 고객의 명세서를 꺼낸다. 그는 하루 세 사람의 작업만 받는다.

전화 주문은 받지 않는다. 모든 고객은 직접 방문해 상담해야만 제작이 가능하다. “전화로는 발 모양도, 사람 마음도 안 보이니까요.”

8. 수제 구두 시장의 현실과 도전

박 장인은 수제 구두 시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수요가 적다고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젊은 제자 한 명을 두고 있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기술을 전수한다. “기술은 물려줄 수 있어도, 철학은 옆에서 보여줘야 배웁니다.” 그 말처럼 그는 묵묵히 손으로 오늘의 구두를 완성해 낸다.

9. 구두장인이 말하는 장사의 본질

박 장인은 구두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전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좋은 구두는 눈에 띄지 않아요. 대신 발에 익숙해지죠.” 그는 장사란 고객이 편해지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일이라 믿는다.

가게엔 간판도 없다. 구글 지도에도 정보가 없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매주 늘고 있다. 진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달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10.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그는 5년 후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수제 구두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 “한 켤레라도 내 손으로 제대로 만든 구두가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는 구두를 통해 사람을 보고, 시간을 걸으며 살아왔다. 이제는 자신만의 철학을 남기기 위해, 더 단단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결론

60대 수제 구두 장인의 이야기는 장사 이상의 철학을 담고 있다. 기계보다 느리지만 더 진실된 손의 기술, 사람을 기억하는 장인의 마음은 지금도 매일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