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의 한 주택가, 오래된 시장 골목 끝에 소박한 간판이 걸린 떡집이 있다. ‘다온떡방’. 화려하지 않지만 매일 오전마다 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 가게는 30대 주부 박은영 씨가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면서 시작한 인생 2막의 결과물이다.
1. 창업의 시작: 취미에서 생업으로
은영 씨는 결혼 전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결혼과 함께 퇴사한 그녀는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외부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그러다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떡 만들기 강좌를 듣게 되었고, 첫 송편을 빚은 날, 자신 안의 창의성이 다시 살아남을 느꼈다고 했다.
“누군가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었어요.”
2. 시장조사부터 고객 니즈까지, 발품의 시간
떡을 잘 만든다고 해서 모두 창업이 가능한 건 아니다. 그녀는 직접 동네 떡집 8곳을 돌아다니며 제품 구성, 가격대, 손님 유형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손님이 어떤 떡을 자주 찾는지, 어떤 시간대에 붐비는지 다 기록했어요.” 그녀는 오후 3시쯤부터 예약 떡이 가장 많이 나간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그 시간대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는 전략을 세웠다.
3. 제품 전략: 스토리 있는 떡
그녀는 ‘떡은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제품마다 스토리를 부여했다.
- 무화과 찹쌀떡: 아이 간식으로 영양 만점
- 쑥개떡: 시어머니 손맛 그대로
- 약식: 직장인 도시락용으로 재해석
고객은 맛 외에도 ‘의미’를 사러 온다. 그녀는 ‘떡으로 대화하는 가게’를 만든 것이다.
4. 홍보는 블로그부터 시작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광고는 불가능했다. 대신 블로그에 매일의 제조 과정, 고객 후기, 떡에 얽힌 이야기를 꾸준히 올렸다.
“아이 키우며 쓰는 글이니 더 진심이 담겼다고 말해주셨어요.” 단골 고객 중 일부는 블로그를 통해 감동을 받고 직접 찾아온 사례도 많았다.
5. 소량 다품목 전략
그녀는 하루에 6~7종류의 떡을 만든다. 대신 매일 종류를 바꾼다. 이유는 고객에게 ‘내일 또 와야 하는 이유’를 주기 위해서다.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은 떡을 먹고 가게를 홍보해 주는 ‘자발적 마케터’가 되었다.
6. 공간의 힘: 가게가 아닌 이야기의 무대
10평 남짓한 가게에는 테이블 하나 없이 쇼케이스만 있다. 하지만 손님들은 오래 머문다. 그녀는 고객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떡을 고르게 한다.
“고객이 떡을 보는 시간이, 저에게는 그날의 피드백이에요.”
떡 하나에도 성격이 묻어난다고 믿기에 그녀는 고객이 묻기 전에 먼저 설명한다.
7. 가족과의 협업, 현실적인 운영
남편은 주말마다 배달을 도와주고, 어머니는 찹쌀을 불리는 시간만큼은 꼭 함께해 준다. 가족이 함께 만드는 떡집은 단지 매출보다 ‘지속 가능성’을 더 생각하게 한다.
8. 위기를 기회로: 명절 시즌의 실수
첫 설날, 주문량을 잘못 계산해 새벽 2시까지 떡을 빚은 적이 있다. 이때 고객에게 배송이 늦어졌고 컴플레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 날 손편지와 함께 떡을 다시 전달했고, 그 고객은 오히려 단골이 되었다. 실수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이후에는 명절이 다가오기 전 3주 전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생산량을 조정하며, 떡 종류별 마감시간을 SNS에 실시간 공유한다. 이 사소한 정보 공유가 신뢰를 만들었다.
9. 떡집을 하며 생긴 일상의 변화
그녀의 하루는 이른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쌀을 불리고, 증기로 쪄내며 하루 첫 떡을 완성하는 과정은 고단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아이들이 떡 냄새를 맡으며 학교 가는 게 좋아요. 엄마가 장사하는 게 자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떡을 통해 가족과 동네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10. 지역 떡 문화 전파의 꿈
최근 그녀는 동네 작은 어린이집과 협력해 ‘떡 체험 클래스’를 기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떡을 직접 만들어보고, 그 의미를 배우는 시간을 통해 떡에 대한 편견을 줄이려는 것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하루 한 떡 소개’를 올리며 떡의 색감과 재료의 미묘한 차이를 전달하고 있다. 떡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다음 목표다.
결론
30대 주부의 떡집 창업기는 단순한 창업 스토리가 아니다. 삶의 전환점에서 전통을 품고, 진심을 담아낸 결정이다. 그녀는 떡으로 이웃과 연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