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
성산읍 성읍민속마을
은 조선시대 마을 구조를 고스란히 보존한 곳이다. 돌담길, 초가집, 정지된 시간 같은 이곳에 조용히 자리한 찻집 하나가 있다.
간판에는 ‘돌향기 찻집’이라 적혀 있고, 그 아래 나무문을 열면
유자차 향기와 고요한 음악
이 반긴다.
이 찻집을 20년째 운영하는 사람, 김영숙 사장님은 찻잔 하나로 마을과 사람을 이어온 사람이다.
1. "혼자 마시는 차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김영숙 사장님은 2003년,
민속마을 입구 근처의 빈 초가집
을 임대해 찻집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관광지에 조용히 머물 공간이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차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찻집은 음료가 아닌 정서의 공간이 되었다.
2. 공간을 만들기 전, 정원을 먼저 가꿨다
돌향기 찻집의 정원은
야생 구절초, 돌담 사이에 핀 동백나무
,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깔은 조약돌길로 이루어져 있다.
찻집을 열기 전 6개월 동안, 김 사장님은 건물 내부보다 정원을 먼저 만들었다.
“사람은 차를 마시기 전, 먼저 공간의 공기를 마셔요.” 그 말처럼, 정원은 찻집의 첫인상이 되었다.
3. 찻잔은 모두 직접 고른 도예작품
찻집 안의 찻잔은 모두
작가 도예품
이다. 사장님은 제주, 경주, 강릉까지 다니며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고른다.
"차보다 먼저 입술이 닿는 그릇이니까요." 그녀는 차의 맛도 도구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모든 차는 도자기와 잔의 균형에 따라 따로 담겨 나온다.
4. 메뉴는 많지 않지만, 계절이 반영된다
돌향기 찻집의 메뉴는 단순하다.
쌍화차, 유자차, 감잎차, 귤꽃차
등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감잎차는 성산 감귤밭에서 떨어진 감잎만 골라 바람에 말려 직접 우려낸다.
메뉴판에는 계절이 반영되고,
봄과 가을에는 스페셜 차가 바뀐다.
5. 관광객보다 마을 주민을 먼저 생각했다
처음 몇 년은 마을 주민들만 가게를 찾았다.
고된 농사 후 마시는 감잎차 한 잔, 다리를 식히며 듣는 국악 CD 한 곡.
“관광객은 언제든 떠나요. 하지만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매일 이 공간을 지나치죠.” 사장님은 먼저 마을과 연결되길 원했다.
6. 하루 최대 20명만 받는 이유
찻집은
예약제로 하루 최대 20명까지만 손님을 받는다.
"소란스러우면 차의 향을 못 느껴요." 그녀는 수익보다 공간의 공기를 지키는 걸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래서 테이블 수는 단 4개, 모든 차는 직접 내리고, 직접 서빙한다.
7. 스토리텔링은 벽에서 시작된다
찻집 벽면에는
손님들이 남긴 작은 메모, 사장님이 적은 시구, 제주 방언으로 적힌 표현들
이 걸려 있다.
“말이 먼저 오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그래야 차도 더 진하게 느껴지니까요.” 그녀는 벽을 조용한 이야기판으로 꾸몄다.
8. SNS 마케팅보다 엽서를 택하다
돌향기 찻집은
인스타그램 계정도, 블로그도 없다.
그 대신 사장님은 자신이 찍은 정원의 사진과 손글씨 인사를 적은 엽서를 손님에게 나눠준다.
“디지털보다 손글씨가 더 오래 남잖아요.” 이 방식은 찻집을 ‘누군가의 기억 속 공간’으로 남게 했다.
9. 가장 오래된 손님은 18년째 찾아오는 초등교사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는 한 손님은
매년 여름방학마다 찻집을 찾는다.
그는 “찻집에 와야 한 해가 마무리된 기분”이라 말한다. 사장님은 그런 단골의 이름, 좋아하는 차 종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찻집의 진짜 브랜딩은 기억이라 믿는다.
10. 찻집을 운영하며 변한 것은 사람과 나
김영숙 사장님은 말한다. “20년 전엔 손님에게 무엇을 줄까 고민했어요. 지금은 그저 함께 시간을 나눈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매일
첫 잔의 물을 끓일 때, 자신의 마음부터 따뜻하게 준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 이 작은 찻집은 성읍마을의 조용한 쉼터가 되었다.
결론
성읍민속마을의 작은 찻집은 단순한 음료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을 담는 정서의 장소다. 사장님의 이야기는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블로그 글 요약
- 제주 성읍민속마을 찻집 ‘돌향기’의 운영 이야기
- 찻잔 선택부터 정원 조성까지 담긴 공간의 철학
- 관광지보다 마을과 사람 중심의 운영 방식
- SNS 없이 손글씨 엽서로 기억되는 브랜딩 전략
- 찻집의 본질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