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브루’, 맥주에 이야기를 담다
강원도 홍천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고랭지 농산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곳에 지역 농산물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작은 공방이 있다. 이름은 ‘산들브루’—산들바람과 브루잉(Brewing)의 합성어다.
이곳은 단순한 맥주 양조장이 아니다.
지역과 계절,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
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1인 창업자인 한유진 대표를 통해 따라가 본다.
맥주로 지역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시작
한유진 대표는 원래 맥주와 관련 없는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는 도시계획을 공부했고, 서울의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삶에 지쳐 홍천으로 귀촌한 뒤, 그는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작은 잔 하나에 풍미도, 향도, 이야기도 담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죠.” 그는 맥주로 지역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첫 맥주, 감자 농사에서 시작되다
그가 처음 만든 맥주는 홍천산 감자를 원료로 한 ‘감자 에일’이다. 감자는 전분질이 높고 당이 낮아 맥아로 쓰기 어렵지만, 그는 직접 지역 농가를 설득해 감자를 공급받고, 양조 방법을 수차례 테스트했다.
“지역 농산물이 그냥 재료로 끝나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게 이 지역에서 자란 것이고, 이 사람들에 의해 길러졌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산들 감자에일’은 그렇게 탄생했다.
첫 출시 당시,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지역 축제에서 판매되며 호평을 받았다. 그가 지키고자 한 건 ‘기억에 남는 맥주’였다.
맥주가 아니라 ‘지역의 맛’을 파는 공방
산들브루는 맥주 종류가 계절마다 달라진다. 봄에는 홍천산 딸기로 만든 ‘베리 라거’, 여름엔 강원도 옥수수로 만든 ‘골든 라이트’, 가을엔 도토리향이 은은한 ‘넛 브라운’, 겨울엔 꿀과 계피로 맛을 낸 ‘윈터 스파이시 에일’.
그는 말한다. “맥주는 계절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캔버스예요.” 그래서 손님들은 맥주를 마시며 그 계절의 공기와 향을 기억하게 된다.
생산보다 이야기, 작은 공방이 살아남는 법
산들브루는 하루 300병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판매보다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철학
때문이다.
“많이 팔기보다, 마신 사람이 기억해 주는 맥주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라벨 하나, 병 모양, 제품 설명서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글을 쓴다.
매 제품마다 동봉된 작은 카드엔 맥주에 얽힌 지역 이야기나 농부의 이름이 담겨 있다. “이 맥주를 만든 건 저 혼자가 아니니까요.”
관광지에 매장 내기보다 지역에서 부는 바람에 집중
한 대표는 번화가에 매장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홍천 시내 외곽 작은 공방 건물을 선택했다.
찾아오는 사람은 줄었지만, 온 사람의 만족도는 더 높다. 그는 직접 맥주를 따르고, 농산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맥주를 맛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그의 설명을 듣고, 그곳을 기억하게 된다.
“대중성을 버린 대신, 관계와 정체성을 얻었어요.” 그는 느리지만 단단한 방식을 택했다.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다음 단계
요즘 한 대표는 지역 청년들과 협업한 ‘브루잉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맥주를 만드는 건 곧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에요.” 그는 장사를 넘어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 중이다.
SNS에는 매일 새로운 맥주 소개보다는 지역 농가 풍경, 계절 변화, 양조 과정이 올라온다. “맥주보다 그걸 둘러싼 세상을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죠.”
맥주가 매개가 되어 지역을 연결하는 이 구조
가 산들브루가 만들어낸 가장 큰 수확이다.
✔️ 결론
홍천의 작은 맥주 공방은 생산보다 이야기를 먼저 담는다. 그 진심이 맥주에 스며들고, 사람들은 그 맥주를 통해 지역을 기억하게 된다. 브랜드는 그렇게 완성된다.
✔️ 블로그 글 요약
- 강원도 홍천의 수제 맥주 공방 ‘산들브루’의 창업자 이야기
-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계절과 로컬을 담은 브루잉 철학
- 양보다 브랜딩을 중시하는 소규모 생산 전략
- SNS, 라벨, 스토리 카드로 감성적 브랜드 구축
- 맥주를 통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로컬 비즈니스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