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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에서 살아남은 분식집 이야기

by 소담상회 2025. 6. 8.

1. 위기의 시작, 텅 빈 점심시간

서울 외곽의 한 조용한 골목, 김 사장님은 분식집을 15년 넘게 운영해 왔다. 고등학생 손님들, 회사 점심 손님들, 그리고 몇몇 단골 어르신까지 단조롭지만 따뜻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심시간의 북적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달, 두 달 매출이 줄어들며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김 사장님은 그저 ‘경기 탓’이라고 넘겼지만, 변화는 눈앞에 와 있었다. 프랜차이즈 김밥집이 바로 맞은편에 들어서고, 배달 앱에는 신상 메뉴로 무장한 가게들이 넘쳐났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김밥과 떡볶이인데, 이걸로는 더 이상 안 되나?"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2.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변화는 뜻밖의 곳에서 시작됐다. 단골 고등학생이 찍어 올린 떡볶이 사진 한 장. 이 사진이 지역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며 ‘골목 찐맛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계기로 김 사장님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열었다. 메뉴 사진, 재료 준비 모습, 손글씨 일기까지 조금씩 올려 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진심이 담긴 글과 사진은 서서히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고객들은 ‘이 집은 진짜 손맛이 있다’, ‘사장님 글 너무 따뜻하다’며 댓글을 달았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3. 고객과의 소통이 만든 변화

김 사장님은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네요. 따뜻한 국물 준비해 놓을게요"라는 메시지 하나가 단골을 다시 불러왔다. 고객들은 이 분식집에서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위로를 받는다고 느꼈고, 그렇게 다시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났다.

그는 ‘예약 포장’ 시스템도 도입했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미리 주문을 받고, 점심시간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픽업이 가능했다. 특히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가게는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4. 작지만 강한 브랜드가 되다

김 사장님은 가게 이름을 ‘김사장네 마음분식’으로 바꿨다. 벽에는 손님이 남긴 손편지와 그림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고, 메뉴판에는 ‘오늘의 이야기’라는 코너가 생겼다. 매일 사장님이 손으로 써 내려간 짧은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음까지 채워주는 분식집’, ‘#소소한 행복’ 같은 해시태그가 생겨났고, 지역 SNS 계정에도 소개되며 작은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었다. 음식의 맛은 기본, 이야기를 담은 경험은 다른 분식집과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5.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운영 전략

위기를 계기로 사장님은 더 적극적으로 고객을 이해하려 했다. 그는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반영 가능한 부분은 메뉴에 곧바로 적용했다. 예를 들어 ‘덜 맵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자, 맵기 조절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했다. 메뉴 개발도 재정비하며, 기존 메뉴를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6. 코로나19의 직격탄과 단골의 응원

코로나19는 모든 소상공인에게 시련이었다. 김 사장님의 가게 역시 한때 하루 매출이 3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따뜻한 도시락 캠페인’을 진행하며 단골들과 함께 위기를 버텼다. 병원이나 요양원에 도시락을 전달하는 선행은 지역 커뮤니티에도 퍼졌고, 새로운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김 사장님에게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장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장사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단순한 철학을 넘어 진정성이 녹아 있었다.

7. 새로운 도전, 그리고 지속 가능성

최근 그는 지역 마을기업과 협업해 ‘로컬 간식 세트’를 제작해 판매 중이다. 김밥, 떡볶이, 잡채김말이 등으로 구성된 세트는 ‘마음분식’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명절 시즌이나 행사 시기에 주문이 몰리며 추가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블로그와 지역 소식지를 통해 분기별 장사 노하우를 연재하면서 작은 브랜딩도 계속하고 있다. 김 사장님은 "이젠 가게가 단순한 매출 공간이 아니라, 나와 손님이 함께 나누는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결론

폐업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 작은 분식집의 사례는 많은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준다. SNS 마케팅, 고객과의 소통, 지역 밀착형 브랜딩 전략은 모두 스스로 배운 경험의 산물이다. 중요한 건 트렌드가 아니라 진심이다. 김 사장님의 분식집은 그 사실을 증명하며, 지금도 골목 어귀에서 따뜻한 떡볶이를 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