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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사장님의 배달앱 수수료 절감 실험기

by 소담상회 2025. 6. 12.

수수료에 눌린 자영업자의 현실

김영호 사장님은 서울 외곽의 한 골목에서 8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앱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단골 고객과 입소문만으로도 하루하루 장사가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고객의 소비 습관이 급격히 바뀌면서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졌고,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은 날로 커졌다. 김 사장님은 앱을 통한 주문 비중이 높아질수록 매출 대비 실이 커진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주문이 들어오지만, 실제 남는 금액은 기대보다 훨씬 적었다. 광고 상단 노출을 위해 낸 고정 광고비, 주문당 부과되는 수수료, 각종 프로모션 비용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매출 100만 원 중 실제 수익은 40만 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배달앱에만 의존한 결과

김 사장님은 스스로 '배달앱 중독' 상태라고 평가했다. 주문은 많지만 단골은 줄고 있었으며, 고객과의 접점은 앱으로만 이루어졌다. 그는 고객의 후기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었고, 앱의 알고리즘이 매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그는 이대로는 가게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구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핵심은 앱 밖의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었고, 더 이상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찾아야 했다.

수수료 줄이기 실험 시작

첫 번째 전략은 전단지 활용이었다. 김 사장님은 모든 배달 포장지에 전단지를 동봉했다. 전단지에는 전화 직주문 시 할인, 다음 주문 시 무료 사이드 메뉴 증정 등의 혜택이 안내되었다. 이는 단골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고, 전화 주문 비율이 서서히 상승했다.

그는 포장 용기에 QR코드를 인쇄해 가게 카카오채널과 연결되도록 했고, 쿠폰 이벤트도 함께 운영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저조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채널 구독자 수는 늘었고, 고객 응대도 더 수월해졌다.

김 사장님은 SNS 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매일 하나씩 메뉴 사진을 올리고, 고객 리뷰에 댓글을 달았다. 인근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에도 참여해 가게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자사 주문의 성과

3개월이 지나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전화 직주문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까지 증가했고, 광고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음에도 매출 감소는 크지 않았다. 앱 주문이 줄어든 대신 충성 고객이 늘어났고, 리뷰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쌓였다.

그는 배달라이더들과도 소통하기 시작했다. 고정 배달 파트너를 정해 일정 주문량을 확보해 주고 수수료 외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라이더 만족도도 높아졌고, 배달 오류나 고객 불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단골 고객에게는 생일 할인, 가족 생일 쿠폰, 5회 주문 시 무료 사이드 증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더 자주 찾게 되었고, 고객당 평균 구매 단가도 상승했다.

데이터를 통한 운영의 진화

김 사장님은 매주 데이터를 정리했다. 어떤 요일에 어떤 메뉴가 잘 팔리는지, 전화 주문 고객은 어떤 시간대에 몰리는지를 엑셀로 분석하며 배달 인력을 배치하고, 메뉴 개발 방향을 잡았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기 메뉴인 ‘직화불닭’을 기획했고, SNS에서 화제가 되며 2주 만에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주력 메뉴가 되었다.

또한, 사장님은 이 데이터를 통해 적자 메뉴도 과감히 정리했다. 잘 팔리지 않는 메뉴는 제거하고, 마진이 높은 구성으로 조정했다. 배달 전문점의 한계를 넘기 위해 포장 전용 이벤트도 진행하며, 앱 이탈 고객도 서서히 늘려갔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은 관계에서 나온다

그는 항상 손님 이름을 기억하고, 특정 고객이 좋아하는 메뉴를 기억하려 노력했다. “요즘 치킨은 맛만으로 안 됩니다. 정성까지 전해져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거래가 이어졌고, 이 관계가야말로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였다.

앱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시절보다 지금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김 사장님은 전했다. 그는 수익은 적더라도 나중에 내 가게가 남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결론: 앱 시대에 살아남는 자영업자의 조건

배달앱은 분명 자영업에 편리함을 더해주었지만, 의존도가 지나치면 가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김영호 사장님의 사례는 수수료와 광고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운 모델이다. 그는 직접 고객을 유입시키고, 데이터를 분석해 실질적인 운영 전략을 만들어냈다.

앱에만 기댄 구조는 위험하다. 소상공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과 직접 연결되고, 서비스의 본질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사장님의 실험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