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은 예로부터 약초로 유명한 도시다. 충청북도 북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청정 자연을 품고 있고, 그 안에서 자란 약초는 예부터 몸을 살리는 ‘자연의 약’으로 불려 왔다.
그 중심에 바로 제천 약초시장
이 있다. 관광객에겐 이색적인 골목이지만, 시장 속 가게 주인에게는 매일의 일상이며, 생계의 현장이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약초시장 내 ‘고운 약초방’을 운영하는 김민자 사장님이다. 그녀는 2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손수 약초를 말리고, 다듬고, 사람에게 건네고 있다. 그 하루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채워져 있다.
새벽 다섯 시, 하루는 물 끓이는 소리로 시작된다
김민자 사장님의 하루는 누구보다 이르다. 새벽 5시, 가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약초를 삶는 물을 끓인다. “오늘은 황기랑 백출, 오가피를 먼저 우릴 거예요.” 그녀는 약초에 따라 물 온도와 우림 시간을 다르게 조절한다.
물이 끓는 동안 전날 손질해 둔 약초를 펼쳐 놓고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밤새 습기가 찼을 수도 있어서, 한 번 더 말려야 해요.” 그 작은 말 한마디에도 오랜 세월 쌓인 감각이 녹아 있다.
가게는 작지만, 손님은 많다
고운 약초방의 가게 크기는 고작 1.5평 남짓이다. 하지만 매일 20명 넘는 손님이 들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수 있는 재료, 꾸준한 응대, 정직한 설명
. 이 세 가지가 늘 같기 때문이다.
김 사장님은 손님에게 약초의 용도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건 간에 좋아요, 저건 기력을 보충해 줘요.” 그리고 절대 과장하지 않는다. “약은 아니고, 체질에 맞으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 솔직한 태도가 손님을 단골로 만든다.
약초보다 ‘사람’을 더 자주 본다
김민자 사장님은 장사를 하면서 약초보다 손님을 더 오래 바라본다고 말한다. “말이 없는 분은 보통 피곤한 상태고, 많이 묻는 분은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큰 분이에요.” 그녀는 그런 마음을 읽고, 약초를 ‘선택’이 아닌 ‘제안’한다.
예를 들어 수면이 어렵다고 하면 산조인과 대추, 감태를 함께 섞어 추천해 주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말엔 황기와 진피를 살짝 섞어본다. 이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대화에서 나온 맞춤형 제안이다.
약초에 담긴 ‘시간’을 이해해야 한다
김 사장님은 약초의 진짜 가치는 그 식물이 자란 시간과 환경이라고 말한다. “한약재는 키운 흙, 채취한 계절, 말린 방식에 따라 효능이 달라져요.” 그래서 그녀는 직접 산에 올라가 채취하는 일도 자주 한다.
봄에는 두릅과 더덕을, 여름에는 뽕잎과 오가피를, 가을엔 황기, 겨울엔 말린 귤피를 가장 많이 다룬다. 그리고 그 모든 약초엔 ‘이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란 것’이라는 메모가 달려 있다.
그 정성이 곧 품질이고, 품질이 곧 단골을 만든다.
시장 안에서 가장 ‘조용한’ 가게
제천 약초시장은 활기차지만, 고운 약초방은 유난히 조용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손님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약초 하나 사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녀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이 가게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작지만 깊은 대화가 이뤄지는 이 공간은 상업적인 목적보다 ‘돌봄’에 가깝다. 그래서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서울에서 매달 한 번 오는 60대 부부, 부모님 선물로 구매하러 오는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온라인보다 손으로 건네는 신뢰
요즘은 약초도 온라인으로 많이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님은 택배 주문은 최소한으로 한다. “직접 보고, 직접 설명하고, 직접 건네야 안심하죠.” 그녀는 약초도 결국 ‘신뢰로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장에는 카드 단말기보다 종이봉투가 먼저 눈에 띈다. 고운 글씨로 적힌 ‘감사합니다’ 스티커, 작은 팁이 적힌 손글씨 안내문. 그건 ‘온라인에 없는 온기’다.
오늘도 뿌리 하나에 마음을 담는다
김민자 사장님에게 약초는 단지 상품이 아니다. “몸이 아파서 찾는 분들한테는 내가 잘못 안내하면 그게 더 손해예요.” 그녀는 매번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필요한 만큼만 판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래서 고운 약초방엔 “더 주세요”보다 “충분해요”라는 말이 많다. 그 균형이 가게를 25년째 지켜주고 있다.
✔️ 결론
약초는 뿌리로 자라고, 사람은 마음으로 기억한다. 제천 약초시장의 작은 가게는 크지 않지만, 사람과 마음을 잇는 연결점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하루는 작지만 단단하다.
✔️ 블로그 글 요약
- 제천 약초시장의 25년 차 약초가게 ‘고운 약초방’ 이야기
- 직접 채취한 약초와 정직한 설명이 신뢰를 만든다
- 작은 가게지만 단골손님 중심의 깊은 관계 형성
-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감성과 정보 전달 방식
- 약초 장사의 본질은 판매가 아닌 돌봄이라는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