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은 여전히
바람이 먼저 반기는 동네
다. 곧게 뻗은 해안도로, 낮은 담장과 너른 들판. 그 한쪽 끝, 파란색 목재 간판을 단 작은 가게가 있다. 이곳이 바로 ‘바람맛 아이스크림’이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작은 가게를 연 청년의 창업기다.
이 글은 단순한 성공기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버티고 채우며
브랜드가 되어가는 시간의 기록
이다.
1. ‘맛있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다
이현우 대표는 원래 영상 콘텐츠 제작자로 일했다. 서울에서 바쁘게 살았고, 맛집을 기획하고 찍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문득,
“맛을 찍지 말고 만들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제주로 내려왔고, 애월의 조용한 마을에 빈 건물을 구했다. 그곳에 직접 이름을 붙였다. ‘바람맛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바람을 품은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2. 수제 아이스크림? 생각보다 어렵다
현우 씨는 아이스크림을 배운 적이 없었다. 유튜브, 도서, 이탈리아 젤라토 레시피 번역본까지
무작정 공부하며 하나씩 만들어갔다.
문제는 제주 특유의 습도와 날씨. 재료마다 질감이 달라졌고, 냉동 유지가 어려웠다.
“처음 만든 50통은 전부 버렸어요. 맛이 없었고, 얼린 후 식감도 끔찍했죠.”
그는 실패의 과정을 ‘연습용 재료비’라 부르며 다시 시작했다.
3. 지역 재료를 담은 메뉴 개발
바람맛 아이스크림의 첫 시그니처는
‘애월 우유 바닐라’와 ‘한라봉 민트’
였다.
애월읍 목장에서 들여온 생우유, 농가에서 직접 구매한 한라봉 껍질을 삶아 만드는 시럽. 그는 재료를 찾아다니는 시간을 아이스크림보다 더 소중한 과정이라 말한다.
“이 섬의 공기와 햇살을 담고 싶었어요. 먹는 순간 이곳이 느껴지게요.”
4. SNS 없이 입소문만으로 시작
현우 씨는
오픈 초기 SNS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가게 문을 열었다.
“먼저 만들어놓고, 사람이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철학은 작지만 진심 있는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졌다.
첫 손님은 우연히 지나가던 자전거 여행객이었다.
5. 공간도 메뉴처럼 ‘직접’ 만든다
가게의 인테리어는 모두 직접 만들었다.
주방 타일, 손잡이, 카운터, 조명 위치까지
하나씩 손으로 붙이고 고쳤다.
그는 말한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내고 싶었어요.” 그 욕심이 결국 고객에게 진심으로 전해졌다.
6. 제주 날씨와의 전쟁
여름은 뜨겁고, 겨울엔 가게를 닫아야 할 정도로 조용하다.
겨울 3개월은 거의 수입이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계절의 쉼도 제주에 맞춰가자”라고 생각했다.
겨울엔 메뉴 개발과 공간 보수를 한다. 이 계절의 주기를 인정하며 가게는 천천히 단단해졌다.
7. 손님보다 기억을 남긴다
가게에는
포토존도, 화려한 간판도 없다.
그 대신 작은 일기장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
손님은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편지를 남긴다. 이것이 콘텐츠가 되어 SNS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된다.
“내가 알리려 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건 스스로 퍼져나가더라고요.”
8. 로컬 협업과 팝업 마케팅
2년 차부터는
제주 내 다른 가게들과 콜라보
를 시작했다. 소품점과 연계한 아이스크림 굿즈, 카페와 협업한 디저트 연계 메뉴까지.
작은 브랜드들이 모여 서로의 고객층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지역 내 입지를 쌓아갔다.
이 전략은 광고보다 진심을 나누는 방법이 되었다.
9. 하나라도 직접 팔고 싶다
현우 씨는 말한다.
“내가 만들지 않은 건 팔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음료, 베이커리 등 모든 메뉴는 직접 개발하고, 하루 30개 한정 생산한다.
“덜 벌어도, 더 오래 기억되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그 마음이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10. 바람은 여전히 분다
지금도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우유를 끓이고 시럽을 만든다.
가게는 오전 11시에 열고, 오후 5시에 닫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오래 하고 싶어서요.” 지치지 않는 루틴은 작지만 진심 있는 창업의 핵심이다.
결론
제주 애월읍의 한 디저트 가게는 바람과 시간, 그리고 정직한 재료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천천히 쌓인 진심은 결국 손님에게 전해졌고 그 가게는 지금도 조용히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블로그 글 요약
- 제주 애월읍 ‘바람맛 아이스크림’ 창업 스토리
- 비전공자의 수제 아이스크림 도전과 실패기
- 로컬 재료를 활용한 브랜딩 전략
- SNS 없는 시작 → 자발적 확산 마케팅 전환
- 슬로 창업 철학이 만든 지속 가능한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