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정읍의 한 시골 마을. 버스도 하루에 몇 번밖에 오지 않는 이 작은 동네에는
유일한 편의점 하나
가 있다. 간판은 ‘OO마트’로 되어 있지만, 주민들은 모두 ‘복자네’라고 부른다.
이곳은 70대 중반의 박복자 사장님이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실제 시골 마을의 생명선 같은 공간이다. 오늘은 복자 사장님의 하루를 따라가며,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진짜 의미를 들여다본다.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박복자 사장님은 해가 뜨기 전부터 문을 연다. 시골 어르신들은 이른 새벽에 움직이기 때문에
5시 30분이면 첫 손님이 들어온다.
“아침에는 신문이랑 우유, 그리고 소주 한 병 사가는 사람이 제일 많아요.” 그녀는 말한다.
가게를 열고 나면 먼저 커피포트를 올리고, 간단한 청소를 하고, 전날 정리하지 못한 재고를 살핀다. 매일이 다르고, 매일이 같다.
편의점은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다
이곳은 도시의 편의점처럼 24시간 불이 켜져 있거나, 최신식 POS 기계가 돌아가는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체온이 담긴 대화가 흐르는 공간
이다. “복자야, 감기약 있냐?” “오늘 날씨 으스스하네, 따뜻한 거 하나 줘.”
어르신들은 제품명을 말하지 않고, 필요한 느낌을 말한다. 박 사장님은 그 마음을 먼저 알아챈다.
하루 평균 손님은 30명 남짓
점심시간 전까지 손님은 띄엄띄엄 들어온다. 그중 절반은 같은 마을 사람이고, 나머지는 농기계를 타고 들어온 외지인이나 택배 기사, 농촌 일손 돕기 청년들이다.
그녀는
모든 손님의 얼굴을 기억
한다. 누가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어떤 라면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날 기분이 좋은지를 다 안다.
“편의점은 물건 파는 데가 아니라 사람 챙기는 데라니까요.”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택배와 주민센터를 대신하는 공간
복자네는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이 마을의 작은 허브 역할
을 한다.
농촌의 택배는 하루에 한 번, 심지어 주말엔 오지도 않는다. 택배 기사님은 이 편의점에 물건을 놓고 가고, 주민들은 이곳에 들러 물건을 찾아간다.
때때로 주민센터에 문의할 일을 사장님이 대신 전화해주기도 한다. “이장님이 바쁘니까 내가 알아봐 줄게.” 그 한마디는 서비스가 아닌 마음이다.
혼자가 아닌 시간들
오후 3시쯤 되면
사장님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가게 앞 평상에 앉는다.
고구마를 삶아오거나, 막걸리를 따라놓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시간만큼은 가게가 마을 회관이 된다.
“우리 나이 되면, 사람이 그립잖아요. 그래서 이 가게가 꼭 필요해요.” 그녀는 그 말에 힘주어 말한다.
매출보다 중요한 하루의 존재감
박복자 사장님은 매출을 걱정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보다 중요한 걸 알고 있다.
“내가 여기 문 닫으면 어르신들이 어디서 소주 사겠어? 누가 대신 물건 받아주겠어?”
그 존재감이 사장님의 자부심
이다.
하루 매출이 많지 않아도, 가게를 열고 기다리는 일상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가게를 닫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해가 지면 어둑한 골목이 더 조용해진다. 오후 7시쯤, 마지막 손님이 나가면 그제야 박 사장님은 천천히 셔터를 내린다.
장부를 쓰고, 내일 필요한 물건을 메모하고, 냉장고를 정리한다. 이 루틴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내일도, 이 골목의 편의점은 가장 먼저 불을 밝힐 것이다.
마을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되는 공간
가끔 초등학생들이 군것질을 사러 온다. 박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껌 하나라도 더 챙겨준다.
“잘 먹고, 공부도 열심히 해라~” 그 인사는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순간 중 하나다.
아이들은 이 편의점을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작고 좋은 가게’라고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 결론
정읍의 시골 마을 편의점은 물건보다 마음을 먼저 파는 공간이다. 사장님의 하루는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이웃을 돌보는 진심에서 출발한다.
✔️ 블로그 글 요약
- 정읍 시골 마을에서 15년간 운영 중인 박복자 사장님의 편의점 이야기
- 상품 판매를 넘어 지역 주민들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공간
- 택배 수령, 생활상담, 소통 창구 등 다기능 커뮤니티 공간화
- 광고 없이도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 정성, 관계, 진심
- 지역성과 사람 중심의 브랜딩이 만들어낸 진짜 상권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