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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으로 끓인 전통, 20대 찻집 창업 이야기

by 소담상회 2025. 5. 29.

서울 성북구의 한 조용한 골목. 그 길 끝에 자리한 작은 찻집에는 카페라테 대신 유자차, 아메리카노 대신 보이차가 놓여 있다. 이곳은 20대 청년 김태현 씨가 창업한 ‘온기다방’이다.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찻집’을 연 그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1. 찻집이라는 선택, 커피가 아닌 차를 고른 이유

김 씨는 대학 시절, 커피 전문점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늘 반복되는 빠른 주문, 속도 중심의 구조 속에서 그는 어느 순간, 피로함을 느끼게 되었다. "손님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음료를 내보내는 문화가 너무 익숙해져 있었어요. 정작 대화는 없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전통 찻집에서 그는 다른 세상을 마주했다.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죠.” 그는 그 순간부터 ‘찻집을 열겠다’는 결심을 품었다.

2. 브랜딩 전략: 전통에 젊음을 입히다

찻집은 흔히 중장년층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김 씨는 이 고정관념을 깨고자 브랜딩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먼저 가게 이름부터 정했다. ‘온기다방’. 한자로도 영문으로도 표기하지 않은 순우리말 이름은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줬다.

로고와 내부 인테리어는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인 질감을 적절히 섞었다. 목재 가구, 손글씨 안내판, 무채색 조명 등이 공간에 깊이를 더했다.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철학이 반영되었다.

3. 메뉴 구성: 차에도 스토리를 담다

메뉴는 많지 않다. 오히려 그것이 차별화였다. 대표 메뉴는 4가지: 유자차, 연잎차, 보이차, 쑥차. 각각의 차에는 스토리를 붙였다.

  • 유자차: 감기에 걸린 날 어머니가 끓여준 차
  • 연잎차: 여름밤을 식히는 달빛 같은 차
  • 보이차: 마음이 무거운 날의 정화
  • 쑥차: 봄 향기를 마시는 차

고객은 단순히 음료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정을 선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4. 1인 운영을 위한 구조

김 씨는 1인 창업자다. 따라서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은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로 구성했다. 테이블 4개, 바 좌석 2석. 키오스크 없이 QR주문 + 카드결제만으로 시스템을 단순화했다.

음료는 손님이 자리에 앉은 후 직접 서빙한다. 그 순간 그는 손님의 눈을 바라보고 이름을 묻는다.

‘사람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

이다.

5. SNS를 감성 채널로 활용하다

그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동시에 운영한다. 블로그에는 찻잎 이야기, 차를 우리는 방법, 손님과의 에피소드 등이 담긴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일의 차 색감, 창문 너머 풍경, 손글씨 명언 등을 공유한다.

주요 고객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 그들은 '인스타 감성'이 아닌 '내 감정에 맞는 공간'을 원한다. 이 찻집은 그런 갈증을 채워준다.

6. 어려움 속에서도 단골이 쌓인다

초기에는 "커피가 없어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꿋꿋이 ‘찻집’이라는 정체성을 지켰다. 커피 대신 차를 제안하고, 서두르지 않고 머물게 했다.

손님들은 서서히 바뀌었다. 이젠 “그 연잎차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브랜딩은 일관성과 태도에서 나온다는 걸 그는 배웠다.

7. 골목에서 브랜드가 되기까지

위치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골목. 하지만 그는 그 점을 장점으로 삼았다. “시끄럽지 않은 곳이 차를 마시기엔 더 어울려요.” 소문과 콘텐츠로 손님이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리뷰 이벤트나 가격 할인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차를 마신 손님에게 손글씨 메모를 남겨줬다. 작은 정성이 진심이 되었다.

8. 지속가능한 찻집을 꿈꾸며

그는 말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수익 모델이 아니라, 내가 숨 쉬는 리듬입니다.” 장사는 계속해야 하지만, 방식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믿는다.

전통이라는 고리와 젊음이라는 날개를 함께 펼친 찻집

. 그가 만드는 공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결론

전통 찻집을 운영하는 20대 청년은 느림과 진정성을 무기로 삼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그는 깊은 온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이 공간은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