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여전히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재래 오일장
이 있다. 성산장, 조천장, 서귀포장, 표선장, 한림장까지 요일마다 마을이 바뀌고, 손님도 바뀐다.
그 오일장을 따라 트럭 한 대로 장사를 이어가는 청년이 있다. 이름은 박민우, 올해 33세. 그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고정된 가게 없이
제주의 오일장을 순회하며 물건을 팔고 있다.
오늘은 그가 트럭 한 대로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버텨온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시작은 한림 오일장에서 팔던 수세미 20개였다
민우 씨는 군 전역 후 몇 년간 배달일과 일용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림 오일장에서 할머니가 수세미를 파는 모습
을 봤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집 근처 마트에서 수세미 20개를 사서 다음 오일장에 트럭을 몰고 나갔다.
그날 20개가 다 팔렸다. 그 순간, 그는 트럭 장사의 가능성을 봤다.
2. 오일장 달력이 업무 스케줄이다
제주의 오일장은
각 지역별로 돌아가며 매 5일 간격으로 열린다.
민우 씨는 이 순환 일정에 맞춰 한 달의 장사 계획을 세운다.
“첫째 날은 성산, 둘째 날은 조천, 셋째 날은 표선...” 트럭 한 대와 함께 그는 매일 다른 장소에서 새로 시작한다.
그에겐 고정된 주소는 없지만,
장날마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다.
3. 트럭이 가게가 되기까지
처음엔 트럭 적재함에 돗자리 하나와 접이식 테이블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트럭 외관, 진열 방식, 현수막, 색상까지 차별화
하기 시작했다.
“매번 장소가 바뀌니 더 눈에 띄어야 해요.” 민우 씨는 매 계절마다 트럭 외관을 바꾼다. 여름엔 파랑, 겨울엔 따뜻한 갈색 계열로 칠하고 자신만의 캐릭터 스티커도 붙였다.
4. 주력 상품은 ‘5,000원 이하의 쓸모’
그의 트럭엔 고가 상품이 없다. 대부분
3,000~5,000원 이하의 생활용품
이다.
고무장갑, 주방 수세미, 욕실 슬리퍼, 면행주, 그리고 직접 포장한 천연 베이킹소다 세트도 있다.
“장날은 충동구매가 많아요.
싸고 바로 쓸 수 있는 게 잘 팔려요.”
이 전략은 회전율과 재구매율을 동시에 높여줬다.
5. 현금만 받던 그가 QR코드를 단 이유
초기엔 현금만 받았다. 하지만 관광객과 젊은 손님의 요구로
간이 결제 단말기와 카카오페이 QR
을 도입했다.
그 이후 젊은 손님의 구매가 2배로 증가했고,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가게가 없으니 더 유연해야 해요.
변화를 두려워하면 장사는 어렵죠.”
6. 브랜드 없이 브랜드가 된 이름 ‘삼천이네’
민우 씨의 트럭에는 상호가 없다. 대신 고객들은 그를 ‘삼천이네’라고 부른다.
모든 상품 가격이
3,000원부터 시작
하는 구조에서 손님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는 그 이름을 간판 대신 사용하고, 스티커와 비닐봉지에도 ‘삼천이네’ 로고를 넣었다.
브랜드는 만드는 게 아니라 생기는 것
이라는 걸 그는 배웠다.
7. 오일장엔 물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그는 매일 다른 오일장을 가지만
손님의 이름과 얼굴을 대부분 기억
한다.
“김녕장 오시는 어르신은 늘 슬리퍼를 두 개 사세요.” “조천장 아주머니는 고무장갑만 사시고 말은 안 하시죠.” 이런 기억은 손님에게 정을 주는 방식이 된다.
그가 말하길, “물건은 핑계고, 사는 건 신뢰예요.”
8. SNS 없는 대신 문자로 소통
삼천이네는 인스타그램도 블로그도 없다. 하지만 단골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보낸다.
“이번 주 수요일 조천장, 수세미 신상 입고!” 짧고 정확한 정보는 고객의 방문율을 높였다.
오히려 SNS보다
손편지나 문자 같은 정서적 매체가 더 효과적
이었다.
9. 장사 없는 날도 일한다
장날이 없는 날, 민우 씨는 창고 정리와 다음 상품 기획을 한다.
제주 재래시장 외에도
마을축제, 플리마켓, 벼룩장터
를 직접 조사해서 참여 일정을 정한다.
“정해진 자리가 없으니 끊임없이 움직이고 기획해야 하죠.” 그에겐 장사가 곧 마케팅이다.
10. 그는 여전히 매일 새로 시작한다
민우 씨는 말한다. “트럭을 세우는 순간, 그 자리는 내 가게가 돼요. 하지만 장이 끝나면
가게도 사라지죠.
”
그는 늘 처음처럼 인사하고, 처음처럼 진열하고, 매일 새롭게 신뢰를 쌓는다.
삼천이네는 자리를 남기지 않지만, 기억을 남긴다.
결론
트럭 한 대로 제주의 오일장을 누비는 청년은 고정된 공간 없이도 신뢰와 반복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움직이는 장사는 그의 일상이고, 사람과 연결된 진짜 브랜딩이었다.
블로그 글 요약
- 제주 오일장을 따라 이동하는 트럭 장사 청년의 생존기
- 고정 가게 없이도 브랜드를 만든 ‘삼천이네’ 이야기
- 가격 전략, 고객 기억, 문자 소통 등 실전 운영 방식
- 변화와 반복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
- 로컬 상권 내 이동 장사의 브랜딩 가능성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