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못골시장은 크진 않지만, 여전히 삶의 온기가 남아 있는 전통시장이다. 그 안쪽 구석에 자리한 ‘진미떡방’은 간판조차 낡아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법한 떡집이다. 하지만 이곳은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진짜 노포이자,
매일같이 단골로 붐비는 “살아 있는 가게”다.
진미떡방을 운영하는 이복순 사장님은 올해로 63세. 그녀는 20대 후반, 아이를 키우며 시작한 장사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고 말한다. “처음엔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나씩 단골이 생기고, 누가 추천했다며 찾아오는 사람도 생기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죠.”
“떡은 정성이에요. 비법? 없어요. 대신 손이 기억하죠.”
가게는 매일 새벽 4시에 불이 켜진다. 그 시간에 떡쌀을 불리고, 고물을 볶고, 앙금을 만든다. “절편 하나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려요. 반죽 온도도 중요하고, 찌는 시간도 손끝으로 감을 잡아야 해요.” 이복순 사장님은 모든 떡을 직접 만든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쑥개떡’이다. 쑥은 매년 봄, 그녀가 직접 강화도에서 채취해 말려 둔 것을 사용한다. “쑥향이 약하면 개떡 맛이 안 나요. 강한 향이 입에 맴돌아야 진짜죠.” 그래서 그녀는 시중 쑥가루 대신 자기가 말린 쑥을 쓴다.
떡 하나에 담긴 기억과 연결
진미떡방은 단순히 떡을 파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기억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떡 어릴 적에 엄마가 해주던 맛 같아요.” 이런 말을 듣는 게 제일 보람된다고 사장님은 말한다.
한 번은 중년 부부가 가게에 들어와 절편을 주문하면서 “결혼 전 처음 사준 떡이 여기 절편이었다”며 웃었다. 그 부부는 지금도 명절 때마다 이곳에서 떡을 산다. 이런 이야기는 진미떡방의 흔한 일상이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게의 원칙
전통시장은 점점 발길이 줄어드는 곳이 되었다. 못골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미떡방은 비교적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을 묻자 이복순 사장님은 단호하게 말한다. “가짜 재료 안 써요. 가격은 조금 더 비싸도, 손님이 그걸 알아봐요.” 그녀는 직접 만든 팥앙금, 무방부제 떡을 고집한다.
한두 번은 속일 수 있어도, 단골은 못 속인다
는 게 그녀의 철학이다.
“하루 종일 장사하고 집에 가면 몸이 부서질 것 같아요. 그래도 단골이 와서 ‘항상 고마워요’ 한 마디 하면, 그걸로 또 하루가 지나가요.” 그녀의 말엔 장사라는 것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장사를 ‘버틴다’는 마음으로 하지 않는다
3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이복순 사장님은 지금도 ‘매일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오늘 손님이 만족하면, 내일 다시 오겠죠. 그 마음으로 매일 새벽부터 준비해요.”
그녀는 장사를 “버틴다”는 표현보다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떡을 만들면서 나도 바뀌었어요. 느긋해졌고, 인내심도 길러졌죠. 내가 떡을 만들었지만, 떡이 나를 만든 것 같아요.”
이 작은 떡집이 시장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진미떡방이 있는 자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떡 냄새는 시장 전체에 퍼져 손님을 끌어당긴다. “여기 지나가다가 냄새에 끌려 들어왔어요.” 이런 손님도 많다.
시장 상인들도 이복순 사장님을 ‘시장 어머니’라고 부른다. “따뜻한 말 한마디, 떡 하나 나눠주는 모습이 시장을 지키는 힘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다른 상인의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전통은 유행보다 오래간다
요즘은 퓨전 떡, 디저트 스타일 떡이 많아졌지만 진미떡방은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요즘 것도 좋지만, 우리 건 우리 것대로 있어야 해요.” 그녀는 말한다.
SNS 광고도, 배달도 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옛날 그 맛”을 찾는 손님들이 진미떡방을 다시 찾게 된다.
전통은 지키는 사람이 있을 때 지속된다. 그 작은 떡집이 오늘도 수원 못골시장에서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 블로그 글 요약
- 수원 못골시장에 위치한 30년 전통 떡집 ‘진미떡방’ 소개
- 직접 만든 재료와 전통 방식 고수
- 손님과 연결된 감성적 스토리
- 불황에도 살아남는 장사 철학
- 전통은 유행보다 깊고 오래간다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