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의 명소 중 하나인 속초 중앙시장. 여행객들에겐 먹거리 천국이자, 지역 주민들에겐 오랜 삶의 일부다. 그 속에
30년째 생선구이 하나만 고집하는 작은 식당
이 있다. 이름은 ‘청해생선구이’. 화려한 간판도, 유명한 SNS 리뷰도 없지만 평일 점심시간이면 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 가게의 주인 김종대 사장님은 “나는 광고는 몰라요. 그저 생선 굽는 법만 압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속에는 30년을 버틴 식당만이 가진 단단한 철학이 숨어 있다.
생선구이 하나, 그 이상의 정성과 순수함
청해생선구이의 메뉴판은 매우 단출하다. 고등어구이, 임연수구이, 가자미구이. 모든 메뉴가 굽는 방식은 같지만, 손님들이 말하는 맛은 전혀 다르다.
김 사장님은 매일 아침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생선을 고른다. “아무리 좋은 불을 써도, 생선이 신선하지 않으면 의미 없어요.” 그는 하루 일과의 절반을 ‘좋은 생선을 고르는 일’에 쓴다.
모든 생선은 무염 상태로 보관되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간을 한다. 고소하면서도 짜지 않은 맛.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뒷맛. 그 차이는 조리보다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숯불이 아니라 ‘철판 불맛’을 고집한 이유
요즘은 숯불에 굽는 생선구이집도 많지만, 청해생선구이는 오래된 철판을 고집한다. “숯은 향이 강해서 생선 본연의 맛이 묻혀요.” 그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을 위해 두꺼운 철판을 쓰고, 열 조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굽는다.
철판은 20년 넘게 사용한 것이다. 그 위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기름 한 방울, 간장 한 숟갈, 불조절 한 번이
생선 하나의 운명을 바꾼다고 믿는 그에게
이 철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반찬은 딱 4가지, 그러나 매일 바뀐다
생선구이와 함께 나오는 반찬은 딱 4가지. 김치, 나물, 무생채, 그리고 제철 장아찌. 그중에서도 김치는 매일 새로 담그다시피 한다.
“익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갓 담근 새콤한 맛이 생선이랑 더 어울려요.” 그는 고객 반응을 보며 반찬 조합도 조금씩 바꾼다. 단순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특히 고등어구이에 나오는 ‘청양고추 간장’은 비법 간장으로 불리며, 따로 판매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이건 밥집에서 먹을 때 제일 맛있어요. 따로 안 팝니다.”
SNS 없이도 대기줄이 생기는 이유
청해생선구이에는 SNS용 조명이 없다. 예쁜 포토존도 없다. 하지만 후기는 계속 쌓이고, ‘현지인이 가는 진짜 밥집’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있다.
김 사장님은 SNS보다 중요한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이라고 말한다. “하루 50명이 왔는데, 45명이 만족하면 그날 장사는 성공한 거예요.” 그는 수치를 따지기보다, 손님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가게엔 아직도 오래된 손글씨 메뉴판이 걸려 있고,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도 “어서 오세요”가 아닌 “잘 오셨어요. 오늘 생선 좋아요.”다.
생선 하나 굽는 데 30년이 걸렸다
많은 사람이 ‘생선구이’는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쉽다고 생각하니까 대충 굽는 거예요. 살이 부서지고, 겉만 타고, 비린내가 남아요. 그럼 생선이 아니라 실망을 파는 거죠.”
그는 하루 평균 80마리 이상의 생선을 굽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손에서 눈을 뗀 적이 없다.
모든 생선은 불 위에서 ‘눈으로 굽고, 귀로 굽는다’
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
코로나 이후, 중앙시장도 많이 변했다. 포장 손님이 늘고, 단체 손님은 줄었다. 하지만 그는 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맛은 그대로 두되, 서비스는 더 부드럽게 하자.” 그래서 최근엔 젊은 직원도 함께 일하고, 메뉴 설명도 친절하게 다시 붙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되, 핵심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생선을 굽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처럼, 그는 지금도 불 앞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 블로그 글 요약
- 속초 중앙시장 내 30년 전통 생선구이 식당 ‘청해생선구이’ 이야기
- 직접 고른 생선과 20년 된 철판으로 만든 깊은 맛
- 심플하지만 정성 가득한 밑반찬과 비법 간장
- SNS 없이 입소문으로 운영되는 진짜 로컬 식당
- 맛보다 태도를 먼저 지키는 장사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