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일출봉. 이곳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제주의 대표 관광지
다. 주차장 근처만 가도 갈치조림, 해물뚝배기, 고등어구이를 내세운 수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그중 한 식당, ‘성산해찬집’은 2023년 봄, 모든 메뉴판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오늘은 한 관광지 식당이
‘팔리는 메뉴’보다 ‘보여주고 싶은 음식’
을 선택한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진심으로 기록한 이야기다.
1.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성산해찬집은 2007년부터 갈치조림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는 관광객이 급증하던 시기였고,
무난하고 익숙한 메뉴가 잘 팔리는 구조
였다.
“사실 손님이 원하니까 하는 거였죠. 하지만 점점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지현 대표의 말이다.
그는 2대 사장으로,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으며 점차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다.
2. 메뉴는 많았지만, 정체성은 없었다
2022년 기준 성산해찬집 메뉴판에는 20가지가 넘는 요리가 적혀 있었다.
뚝배기, 전복죽, 조림, 탕, 볶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중 자주 나가는 건 5가지도 되지 않았고, 손님은 메뉴를 보고 고민하거나 대부분 블로그에서 본 음식만 골랐다.
“우리가 팔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음식만 내고 있었어요.”
3. 메뉴판을 지우는 데 2주가 걸렸다
지현 대표는 과감하게 메뉴판을 버리기로 했다.
20개가 넘던 메뉴를 7개로 줄였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방 팀은 “이러다 손님 다 떨어질 거다”라고 반대했고, 단골 어르신들도 “그 메뉴 없어졌냐”라고 묻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결심했다. “제대로 내고 싶은 음식 7개만 남기자.”
4. 남긴 메뉴는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메뉴판에는
전복해물솥밥, 성게미역국, 멜된장정식
이 중심이었다.
그는 메뉴마다 지역 식자재 사용 여부, 직접 만든 육수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남겼다.
예를 들어 멜된장은 제주 멜(멸치)을 숙성시킨 된장을 써야 했고, 매일 직접 다듬은 채소만 사용해야 가능했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메뉴는 단골이 있어도 과감히 제외했다.
5. 메뉴판 디자인도 바꿨다
단순히 메뉴만 줄인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사진 중심, 가격 강조 메뉴판
에서 작은 종이 한 장에 이유와 재료 설명이 담긴 텍스트형 메뉴판으로 바꿨다.
“이 음식이 왜 있는지를 먼저 말하고 싶었어요.” 가격은 뒤에, 설명이 먼저인 구조는 손님이 메뉴에 담긴 이야기를 읽게 만들었다.
6. 손님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처음 한 달은 반응이
좋지 않았다.
“먹고 싶던 게 없다” “너무 비싸다” “예전 메뉴가 더 많았다” 이런 리뷰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말 제대로 만든 집밥 같다”, “제주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깔끔했다”는 반응도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번째 반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
했다.
7. 주방은 더 바빠졌고, 조리는 단순해졌다
메뉴가 줄었지만
재료 준비는 더 정성스러워졌다.
그전까지는 조미료 기반 양념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다시마, 멜젓, 멸치, 청각, 제주 콩을 사용해 매일 기본양념을 다시 만든다.
“하루 준비 시간이 1시간 더 늘었어요. 하지만 요리 시간은 줄었죠.” 주방이 ‘조리’ 중심에서 ‘준비’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8. 단골은 줄었지만, ‘팬’은 생겼다
전보다 손님 수는 줄었지만 리뷰 수는 오히려 늘었다.
지현 대표는 말한다.
“이제는 음식에 감동한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셔요.”
그 결과 구글 평점은 4.0에서 4.7로 상승했고, 재방문 의사를 밝히는 리뷰도 증가했다.
9. 메뉴판 하나로 브랜딩이 바뀌다
이제 성산해찬집은
관광지 식당이 아닌 ‘지역 기반 밥집’
으로 소개된다.
SNS에도 메뉴보다 밥상 전경, 조용한 분위기, 음식에 담긴 철학이 중심으로 기록된다.
브랜딩은 거창한 로고나 포장지가 아니라 “이 가게가 왜 이런 메뉴를 내는가”라는 방향성에서 시작되었다.
10. 앞으로도 메뉴는 계속 바뀔 예정이다
지현 대표는 말한다. “우리의 메뉴판은 고정되지 않아요. 계절이 바뀌면 음식도 바뀝니다.”
현재는 봄 메뉴,
‘참쑥비빔밥’과 ‘보말된장국’
이 시범 판매 중이다.
그는 음식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머물게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결론
성산일출봉 근처의 한 식당은 많은 메뉴를 줄이고 진짜 음식을 남겼다. 이 작은 변화는 손님과 식당 모두에게 더 깊은 만족을 전하는 길이 되었다.
블로그 글 요약
- 성산일출봉 인근 ‘성산해찬집’의 메뉴판 변화 이야기
- 20개 → 7개, 단순화된 메뉴와 설명 중심 메뉴판 구성
- 관광지 상권 → 로컬 철학 기반 브랜드 전환
- 조리 단순화, 준비 정성화 전략 적용
- 브랜딩은 메뉴판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실전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