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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모란시장의 수제 비누 가게 창업 스토리

by 소담상회 2025. 4. 17.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은 여전히 활기찬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수십 년 된 좌판과 상인들의 목소리, 철마다 바뀌는 제철 채소와 생선들. 이 전통적인 시장 한복판에,

젊은 감성과 따뜻한 철학이 녹아든 수제 비누 가게가 있다.

이 가게의 이름은 ‘비누꽃방’. 창업자 이가은 대표는 “사람의 피부뿐 아니라 마음까지 닦아주는 비누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디자인을 전공하던 청년, 비누에 빠지다

이 대표는 원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회사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아, 퇴사 후 소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비누 공예 수업에서 방향을 찾게 됐다.

“손으로 만들고, 눈으로 보고, 향으로 느끼는 작업이 저에게 딱 맞았어요.” 그녀는 천연 재료와 식물성 오일로 직접 비누를 만들면서 ‘이걸로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왜 하필 모란시장인가요?

처음엔 온라인 판매부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 마켓에 입점해 조금씩 고객층을 쌓아가던 중, 고객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누를 파는 게 아니라, 비누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녀는 그러한 고민 끝에 성남에 위치한 모란시장을 주목했다. “전통시장 한복판에서 수제 비누를 판다? 상반된 이미지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 있었어요.”

시장 골목의 공실 점포 중 가장 작은 4평 남짓한 공간을 계약했다. 하루 임대료는 저렴했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고민도 컸다. 하지만 그녀는 “지나가는 1명이 ‘향기 좋다’며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가게엔 향기보다 사람이 먼저 남는다

비누꽃방은 매일 직접 만든 비누가 진열되는 가게다. 라벤더, 캐모마일, 녹차, 쑥, 탄산비누 등 모두 천연 재료로 만든 제품으로, 포장부터 디자인까지 손수 제작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진짜로 집중하는 건 ‘제품’이 아니다. 그녀는 “손님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 진심을 담는다.”

어떤 날은 아이 피부에 맞는 순한 비누를 찾는 엄마가, 어떤 날은 친구 선물용으로 감성적인 포장을 요청하는 청년이 찾아온다. “비누를 사러 오는 게 아니라, 비누를 핑계로 감정을 표현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시장은 변하고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실험 중이다

모란시장은 과거에 비해 젊은 상인이 늘고 있다. 비누꽃방도 그 흐름 속 한 자락이다. 이 대표는 매달 한 번, 작은 ‘비누 클래스’를 연다. 시장 상인이나 손님을 대상으로 한 무료 체험 수업이다.

“시장도 변화하려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오래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녀는 매장 앞에 나무 테이블 하나를 놓고 사람들이 향을 맡고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시도들은 비록 수익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지만,

‘가게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큰 힘

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단골을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한 명

창업 이후 수많은 손님이 다녀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 중년 남성이었다. “와이프 생일인데, 고급스러운 건 못 해줘도 진심은 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수제 비누 3개를 고르고, 직접 만든 손 편지를 포장지 안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순간 이 대표는 ‘이 가게가 꼭 있어야 할 이유’를 느꼈다고 말한다. “정말 작고 소박한 물건이 누군가에게 큰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좋아요

요즘엔 온라인 마켓을 더 선호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다.

“사람 얼굴 보고, 향기 함께 맡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요.” 그녀는 ‘향은 화면으로는 못 전해지니까’라는 말로 오프라인의 장점을 설명한다.

현재 그녀는 인스타그램만 운영하며 리뷰를 정리하고, 일상의 한 장면을 가끔 업로드한다. 팔로워 수는 많지 않지만, 진짜 손님이 대부분이다.

비누가 나를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

창업 3년 차. 이제는 단골도 생기고, 시장 내 다른 상인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무엇보다 ‘장사하는 삶’에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비누를 만들면서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향기를 줄 수 있다는 게 지금은 제 삶의 가장 큰 이유예요.”

전통시장 한복판에서 젊은 사장이 만든 작은 변화. 그 향기는 오늘도 조용히 퍼지고 있다.

✔️ 블로그 글 요약

  • 성남 모란시장에서 운영 중인 수제 비누 가게 ‘비누꽃방’ 이야기
  • 디자인 전공 청년의 시장 창업 도전기
  • 제품보다 사람과 대화를 중시하는 철학
  • 시장 내 변화를 만드는 콘텐츠 실험
  •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전해지는 향기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