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오면 전국 곳곳은 연분홍빛 물결로 물든다. 벚꽃 축제는 계절이 주는 선물일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1년 장사의 절반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계절이기도 하다. 서울 여의도, 진해 군항제, 경주의 보문단지,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 벚꽃길 등 이름 있는 축제 장소는 노점상들로 북적인다.
이 글은 단 3주 동안의 벚꽃 시즌에만 장사하며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 노점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즌 장사라는 비즈니스의 생생한 현실과 그 안에 숨겨진 전략을 담아냈다.
1. 벚꽃 시즌에만 등장하는 노점, 왜 성공할까?
축제는 그 자체로 집객 효과가 있다. 노점상 최영준 씨(가명)는 매년 4월이 되면 본업인 자영업을 잠시 멈추고 트럭 한 대와 장비를 챙겨 전국 벚꽃 명소를 이동한다. 그의 주력 상품은 ‘벚꽃 와플’과 ‘딸기우유 슬러시’.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벚꽃 시즌에만 먹을 수 있는 감성 간식’이라는 희소성이 사람들의 지갑을 쉽게 열게 만든다.
2. 준비는 2월부터 시작된다
봄 장사는 봄에 준비하면 늦는다. 최 씨는 2월 초부터 지역 축제 일정을 정리하고, 지자체 허가 일정과 장소 배정 신청을 준비한다. 이때 주요 고려 사항은 ‘주차 가능한지’, ‘화장실과 가까운지’, ‘사람 흐름의 중심 동선인지’다. 이 작은 차이가 하루 매출을 좌우한다.
3. 시즌 메뉴는 감성으로 승부
단순한 와플이나 주스도 포장 하나로 감성이 달라진다. 최 씨는 직접 디자인한 스티커를 부착하고, ‘벚꽃 아래서 먹어요’라는 문구를 포장지에 넣는다. 또한 SNS 인증숏을 유도하기 위해 핑크색 배경 보드를 설치해 두고, ‘사진 찍고 태그 하면 500원 할인’ 같은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4. 하루 매출 100만 원, 하지만 체력은 한계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장사하며 쉬지 않고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일교차가 큰 4월 날씨는 체력 소모를 더 가중시킨다. 하지만 축제 인파가 몰릴 때 놓치지 않고 판매해야만 그날의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가끔은 장사보다 체력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
5. 지역 축제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최 씨는 같은 메뉴를 들고 다니지만, 축제마다 운영 방식은 달라진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유동 인구가 많아 회전율이 중요하고, 진해 군항제처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포장보다는 테이블형 간이 판매가 매출에 유리하다. 그는 매년 같은 지역을 반복 방문하며, 그 지역의 흐름을 완벽히 파악했다.
6. 가격은 심리적 저항선 기준으로 조정
벚꽃 시즌 노점은 흔히 “비싸다”는 이미지를 갖기 쉽다. 최 씨는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품 단가는 낮추되, 1세트 단가로 가격을 묶어 심리적 저항선을 낮춘다. 예를 들어, '벚꽃 와플 + 음료 세트'를 7,000원에 제공해 합리적 소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또한, 가격표는 반드시 큼직하고 눈에 띄게 배치해 고객의 혼란을 줄인다.
7. 사전 홍보는 SNS로, 후기 마케팅은 필수
벚꽃축제에 방문할 예정인 이들은 미리 어떤 먹거리가 있는지 검색한다. 최 씨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올해도 돌아왔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가게의 모습을 공개한다. 또한, ‘작년 후기’ 콘텐츠를 고정 게시물로 배치해 신뢰도와 기대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8. 노점도 브랜딩이 가능하다
‘잠깐 열고 사라지는 장사’라 해도 브랜드는 존재해야 한다. 최 씨는 벚꽃 그림이 들어간 포장지와 간판 디자인을 매년 유지하며 고객의 기억 속에 자신의 가게를 인식시키고 있다. 또한, 명함 대신 인스타그램 QR코드를 제공해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9. 축제가 끝난 후의 장사 전략
벚꽃 시즌이 끝나면 노점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에 SNS에 “벚꽃 와플이 그리운 분들을 위해 소량 한정 판매합니다”라는 비공식 주문 이벤트를 진행한다. 소량이라 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시간이다.
10. 초보 노점상에게 전하는 조언
시즌 장사는 낭만보다 현실이 앞선다. 장소 섭외, 장비 준비, 재고 관리, 인허가 문제 등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최 씨는 “무작정 나가기보다는, 현장을 먼저 답사하고 지자체나 축제 측에 반드시 문의해 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또한, 예상 매출보다 하루 최소 지출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 수익 판단의 기준이 된다.
11. 계절 장사의 진짜 경쟁력은 '기억'이다
사람은 계절을 감정으로 기억한다. 벚꽃 아래에서 먹은 와플 한 조각이, 오래도록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다. 최 씨는 바로 그 ‘감성’을 팔고 있었다. 브랜드가 크지 않아도, 홍보비를 쓰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는 것이 장사꾼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결론
벚꽃 시즌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걸고 매해 장사에 나서는 노점상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생계가 아닌 브랜드와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3주간의 장사지만, 그 속엔 수개월의 준비와 수년간의 경험이 녹아 있다. 소상공인에게 계절 장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충분히 전략적이고 반복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