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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없이 살아가는 동네 구멍가게의 하루

by 소담상회 2025. 6. 13.

아침은 문 여는 소리로 시작된다

도시 외곽의 오래된 주택가 한편에 자리한 구멍가게. 간판은 빛이 바래 글씨가 희미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아침 7시가 되면 문을 연다. 사장님은 30년 넘게 이 가게를 운영하며 마을 사람들의 하루를 함께 해왔다. 마트도 편의점도 없는 이 동네에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이곳.

가게의 물품은 다양하다. 과자, 라면, 세제, 쌀까지. 꼭 필요한 물건만큼은 언제나 있다. 긺 사장님은 말한다. "여긴 계산보다 인사가 먼저예요. 손님이 아니라 이웃이라 생각하죠." 이런 마음가짐이 손님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아침마다 사장님은 가게 앞을 쓸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어르신들에게는 뜨끈한 물을 내어드린다. 가게는 물건을 파는 공간을 넘어, 동네의 일상이 오가는 교차로가 된다.

편의점 시대, 구멍가게의 생존 전략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 외곽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까운 지역에 편의점이 들어섰고, 마트 차량이 배달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가게는 여전히 굳건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편의점이 주지 못하는 정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단골손님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아이들에겐 과자를 하나씩 더 챙겨준다. 무엇보다 “외상 장부”가 여전히 있다. 갑자기 현금이 없는 날에도 손님은 안심하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긺 사장님은 “신뢰가 제일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마을 행사에 직접 간식을 후원하거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식료품을 챙겨주기도 한다. 구멍가게는 상품보다 마음을 파는 곳이라는 신념이 가게를 지켜온 힘이다.

사장님은 “작은 가게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믿는다. 그는 주말마다 지역 청소년에게 작은 장사의 개념을 설명해 주는 소규모 수업도 연다. 이런 활동은 자연스럽게 지역 내 구멍가게의 역할을 넓혀주었고, 마을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는 존재가 되었다.

사라질 수도, 남을 수도 있는 구멍가게의 미래

사장님은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내가 이 가게를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까?" 나이는 어느덧 일흔을 넘겼고, 하루 15시간씩 서 있는 일상은 몸에 무리가 온다. 하지만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은 아직 없다. 이 공간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머무는 ‘생활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비 오는 날엔 손님이 오지 않아 문을 닫을까 고민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 우산을 들고 일부러 찾아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나눈 단골손님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었다. “이 가게가 있어서, 동네가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 순간 긺 사장님은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후계자 문제는 현실적인 과제다. 자녀들은 도시로 떠났고, 가게를 잇겠다는 뜻은 없다. 그러던 중, 마을 청년 한 명이 사장님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고, 둘은 자연스럽게 협업을 시작하게 된다. 김 사장님은 “마음부터 배우면 기술은 따라온다”라고 말하며 기꺼이 모든 것을 전수하고 있다.

청년은 점점 구멍가게의 운영 철학을 이해하고, SNS를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도 가게의 가치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재고 관리와 디지털 결제 시스템도 조금씩 도입되면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시작되었다.

사장님은 최근 청년과 함께 ‘동네 장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짧은 글을 지역 잡지에 기고하며, 단순한 가게를 넘어선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가게가 마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되기 위해선, 단지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철학을 잊지 않는다.

사장님은 말한다. “이 가게는 내 인생이고, 동네의 기억이에요. 언젠가 문을 닫을 날이 오더라도, 후회는 없어요. 오늘 하루도 진심으로 살았으니까요.”

결론: 구멍가게가 지닌 진짜 가치

사장님의 구멍가게는 단순한 가게 그 이상이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며, 소비를 넘어 관계를 쌓는 공간이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의 시대에도,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진심을 기억한다. 구멍가게가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유는, 바로 그곳에 우리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가게는 단순한 생계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파는 곳이며, 이웃을 잇는 끈이다. 누군가는 이 가게에서 첫 용돈을 써봤고, 또 누군가는 외로운 밤 위로받기도 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이곳이 단순한 상점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멍가게의 가치는 매출이 아닌 존재감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