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송정역은 과거의 철도 중심지에서 지금은 호남을 잇는 교통 허브로 자리 잡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여행객과 출장을 다니는 직장인,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오래된 가게들이 이곳의 풍경을 만든다.
그중, 송정시장 입구 맞은편에는 40년을 지켜온 국밥집
‘대창옥’
이 있다. 이곳은 아버지가 시작하고, 아들이 새로 쓴 국밥집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세대가 바뀌며 식당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국밥에 담긴 마음은 여전하다.
아버지가 만든 ‘진한 국물 한 그릇’의 역사
1983년, 지금의 자리에서 대창옥은 문을 열었다. 당시 송정역은 화물과 여객이 붐볐고, 밤낮없이 일하던 철도 노동자들이 국밥 한 그릇에 의지하던 시절이었다.
김영호 사장님은 그 시절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소뼈를 우려 국물을 내고, 곱창과 머리 고기를 직접 손질했다. “그땐 기계보다 손이 빨라야 했죠.” 그는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뚝배기 속 깊은 맛을 지켜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2020년대에 들어 국밥집도 변화를 맞이했다.
아들이 가게를 잇겠다고 나선 것이 계기
였다.
“국밥은 안 바뀌어도, 가게는 바뀌어야 해요.”
김영호 사장님의 아들, 김대현 씨는 서울에서 마케팅 회사를 다니다가 코로나 시기를 계기로 광주로 내려왔다.
“가게를 접는다고 들었을 때, 그 국밥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는 가업을 잇겠다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이 맛을 계속 전하고 싶다는 소명으로 가게를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주방부터 다시 배웠다. 소 내장을 씻고, 육수를 끓이고, 손님에게 국밥을 내밀기까지 전 과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국밥집에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김대현 씨가 가게를 물려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게의 브랜딩이었다. 가게의 간판을 깔끔하게 바꾸고, 내부에 송정역의 옛 사진과 국밥의 역사를 전시했다.
벽에는 아버지의 손글씨로 ‘국밥은 기다림입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고,
테이블에는 QR코드를 찍으면 국밥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이 제공된다.
그는 국밥의 맛은 그대로 두되, 경험을 새롭게 바꾸는 방식으로 가게를 변모시켰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마케팅 전략의 핵심
SNS 운영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정성스레 한 그릇을 담은 사진과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 함께 올라온다.
“국밥은 따뜻해야 해요. 온라인에서도요.” 그는 리뷰 하나하나에 정성스레 답글을 달고, 단골손님의 후기는 스토리로 재공유한다.
또한 ‘1인분 포장 국밥’을 개발해 지역 농산물 쇼핑몰과 협업,
택배 판매까지 이어가는 사업 모델
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아버지 김영호 사장님은 아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매일 아침 구석 테이블에서 조용히 바라본다.
“국밥은 그냥 퍼서 내면 되는 게 아닙니다. 맛도 있지만, 사람 눈을 보고 줘야죠.” 그가 아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김대현 씨는 그 말을 기억하며 모든 손님에게 “천천히 드세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세대가 바뀌면, 공간의 온도도 바뀐다
지금의 대창옥은 여전히 국밥집이지만, 가게 안의 온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국밥을 기다리는 손님 옆에
송정역의 옛 시절을 담은 사진이 전시
되어 있고, 테이블에는 옛 메뉴판과 함께 ‘이 집은 아들이 아버지의 국밥을 지키기 위해 운영합니다’라는 작은 글귀가 붙어 있다.
손님들은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가게의 이야기를 듣고, 그 감정을 SNS에 공유한다.
지역과 연결되는 국밥의 힘
대창옥은 지역 행사에도 참여한다. 광주 문화재 야행 기간에는 ‘밤 국밥 이벤트’를 열어 밤 10시에도 따끈한 국밥을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열었다.
또한 송정역 근처 청년 창업자들과 협업해 ‘국밥과 커피’라는 특별한 콜라보도 진행했다. “뜨끈한 국밥 먹고, 시원한 라테 한 잔. 이것도 광주의 매력이 될 수 있어요.” 그는 국밥을 매개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김대현 씨는 말한다. “아버지 국밥은 사람을 위한 음식이었어요. 저는 그 마음을 브랜드로 표현할 뿐이죠.” 그는 브랜딩이란 ‘포장’이 아니라
‘내면을 꺼내 보여주는 과정’
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게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국밥보다 손님의 사진, 그리고 가게의 소소한 일상이 더 많이 담겨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국밥 한 그릇 너머의 ‘진심’을 보고 다시 가게를 찾는다.
세대를 잇는 가게, 미래를 준비하는 국밥집
지금 대창옥은 ‘젊어진 국밥집’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대현 씨는 “국밥집은 계속해서 나이 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전통을 지키며, 속도를 늦추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도 새벽마다 육수를 내리고, 아버지와 함께 재료를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 결론
광주의 오래된 국밥집은 아들의 손을 거쳐 새로워졌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함은 변하지 않았다. 세대를 잇는 정성과 변화는 국밥을 넘어 가게 전체를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 블로그 글 요약
- 광주 송정역 앞 국밥집 ‘대창옥’의 세대교체 이야기
-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브랜딩과 디지털 마케팅을 도입
- 전통 국밥의 맛은 유지하며 공간과 경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 지역 행사와 협업을 통해 국밥을 지역 문화 콘텐츠로 확장
- 진심과 정성으로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창업 사례